재회 상담 후기
재회성공을 넘어서 결혼 예정 후기/사내연애 /동거/초고프초저신/60%
니라니오
2024. 05. 28
안녕하세요, 후기를 잘 안 쓰고 일기를 쓰는 성격인데, 후기를 보고 힘을 얻는 분들이 많으시고
저 또한 연애에 힘이 들 때 아트라상을 다시 찾는 습성이 있어 소소하게 도움이 되고자 후기를 남깁니다.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별일자: 2023년 3월 초
- 상담일자: 2023년 3월 중
- 상담사명: 서예나 상담사님(긴급음성상담)
- 이별사유: 강박으로 인한 거짓말, 신뢰 하락 + 결혼 문제
- 특이사항: 같은 대학교/대학원 & 사내연애 & 동거
- 판단결과: 재회확률 60~65%, 초고프초저신(강박심한 내담자+평범한 상대방)
------------------------------------------------------------
저는 옛날부터 거짓말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엄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단 10분도 뛰어노는 걸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요.
고등학교 까지는 '공부 했다'는 소소한 거짓말로 시작하던 것이, 대학교를 가고 자취를 하면서 생활전반적으로 거짓말하고 저를 숨기고 살았습니다.
잔소리를 듣기도 나무람을 듣기도 싫었고, 핑계긴 하지만 안 좋은 평가를 나에게 내리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나한테 불리할 만한 이야기는 모두 이야기를 하지 않거나, 숨기거나, 거짓말을 했었죠.
문제는 여기서 말한 '나한테 불리할 만한'의 기준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은 상상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커피를 사서 사무실로 갔다가 먹기 싫어서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 다른 사람들은 > 커피 먹기 싫어서 걍 냉장고에 넣었어, 나중에 먹어야지 뭐~
- 저는 >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사서 쟁여만 놓는건 너무 사치스럽고 식탐있어 보일거야) 커피? 응 먹었어, 아까 먹었지.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결과적으로, 상담 당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강박'이 뿌리깊게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
거짓말은 분명 나쁜 행동이지만, 지금 남자친구를 사귈 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되었던 적은 크게 없었습니다.
타인은 나를 추적하거나 신경 쓰지 않고, 접점도 별로 없어서 제가 거짓말을 했는지 여부가 중요할 일이 없었습니다.
지금 남자친구를 2년간 사귀고, 남자친구는 저에게 슬그머니 결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강박자 답게 결혼 가치관이 확고했고, 걱정도 많은 사람이어서 결혼은 아직 결정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부모님께서 이혼까지 갈 정도로 크게 싸우셔서 그 스트레스로 학교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정신상담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 다른 사람들은 > 엄마아빠가 싸우셔서 스트레스받아...내 머리가 다 아픈 것 같아서 상담 받으러 가려고
- 저는 > (이걸 남자친구한테 말하면 화목하지 않은 가정인 것 처럼 보이겠지) 그냥 친구가 여기 온다 그래서 만나고 올게
이후, 남자친구는 제 캘린더에 적힌 상담사의 이름 석자(남자이름)을 보고 제가 바람을 피운 것으로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강박이 max치였던 저는 끝까지 이유를 설명하거나 변명하지 않았고, 남자친구가 헤어지자 하여 동거하던 제 짐을 빼고 이별했습니다.
------------------------------------------------------------
이별에 힘들어서 상담을 신청했고, 상담폭주로 긴급음성상담을 신청했습니다.
서예나 상담사님께 연결이 되었고, 이별 2주 만에 상담을 받게되었습니다.
1. 프레임 문제
저는 이별 당시 저를 잡지 않고 단호하게 이별을 말한 남자친구가 자존심이 세고 절 좋아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프레임은 아니겠지만, 상대방이 잡을 만큼 가치 있는 상대는 아닐 것이라고요.
그러나 상담사님은 "본 것 중 거의 최고의 고프레임이다. 근데 프레임이 400점이면 신뢰감이 -500점이라 헤어지게 된거다."라고 해석해 주셨습니다.
제가 본 남자친구는 자존심도 강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라, 그런 부분을 말씀드렸지만
상담사님은 "남자친구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님과 헤어짐 없이 사귀지 않았냐. 반대로 내담자님은 남자친구를 3번이나 차고
마지막에 이 사건으로 인해 차인 것 뿐이다. 내담자가 높은 프레임이 있었던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살짝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무슨 말씀이신지 알게 되었습니다.
2. 강박 문제
저는 상담글을 보낼 때 글자수, 자간, 장평, 쪽수까지 제 기준에서 읽기 편하게 작성한 파일을 PDF로 변환하여 첨부하였습니다.
그걸 보고 상담사님은 "PDF로 주신분은 처음본다"며, 여기서도 '본인이 정해 놓은 틀을 깨지 않으려는 강박'이 보여진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부모님께서 싸우신 것은 그들의 일일 뿐이고 그로 인해 아무도 내담자의 가정환경이 안 좋다고 생각하지 않을텐데
이게 뭐라고 "바람핀 여자가 되는 것 까지 감수하면서 거짓말을 고치지 않냐"며, '본인이 걱정하는 것이 최우선이 되는 강박'이 너무 심하다고 하셨습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설명을 듣고 나니 그제서야 내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이 진짜 아무것도 아닐 수 있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상황 문제
앞에서 작성했다시피, 남자친구는 당시 저와의 결혼문제로 고민을 하고있었습니다.
제가 잘 협조가 되거나 확답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제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이 드니 겸사겸사(?) 이별을 이야기한 것이었습니다.
이별부터 상담을 신청하기까지의 약 1주일 간 결혼 문제에 관해 객관적/주관적으로 많이 고민했습니다.
얘가 나의 pool에서 최선인가, 제일 사랑하나, 동거 시 문제는 없었나, 생활의 활력을 줄 수 있는가, 믿고 의지할 성품인가 등등...
결론은 yes였더군요. 저의 거짓말이 이별을 위한 핑계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상처로 확정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결혼 결심을 스스로 한 순간 마음이 너무 아프고 상대에게 죄스러웠습니다.
저의 마음을 정하고 상담을 신청했고, 상담 마지막에 상담사님께 "근데 상대가 결혼을 원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라고 이야기드렸더니
"결혼적령기의 남자를 무작정 잡아둘 수는 없습니다. 결혼 안하실거면 놓아주셔야죠."라고 하셨습니다.
결혼에 대한 제 대답을 이번 일을 해결하며 보여줘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역시나 상담사님의 지침문자에는 결혼 가능성제시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
모두들 이야기 하시듯이 지침문자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지침문자 3문단을 받자마자 존경심+압도감을 담은 실소가 터져나와서 실제로 "하...하하...미쳤네"라고 뱉었을 정도니까요.
남자친구가 읽고 심리적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 확신이 들 만큼(그것이 설령 저에게 바로 재회를 요구하는게 아닐지라도요) 지침문자는 완벽했습니다.
그만큼 더 슬프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지침문자로 남자친구의 마음을 한 번 더 흔들어 놔야 한다는 점에서요.
만약 별 거 아닌 말, 서로 원하는 것에 대한 솔직한 대화만 이루어졌었다면
제가 남자친구를 상처 줄 일도 없고, 제가 마음고생 할 일도 없고, 우리 관계가 이렇게 박살 날 일도 없었을텐데.
하지만 벌어진 일이니 지침은 제대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상담사님께서는 저의 상황을 고려하여 바로 그 주 금요일 저녁 X시에 발송하라고 하셨습니다.
지침문자에 대한 확신으로 금요일 오후까지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막상 시간이 다가오자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카톡을 바로 발송했습니다.
------------------------------------------------------------
남자친구가 언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바로 연락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금요일 저녁에 지침문자를 발송했지만 토요일로 넘어가는 12시까지 연락이 없었고, 저는 초조해 졌습니다.
그러나 토요일 새벽 3~4시경 잠시 잠에서 깼을 때 카톡이 와있었고, 미리보기로 보니 아주 감정적인 장문의 카톡이 와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싸우셨지만 별일없이 끝나서 다행이다.
내가 너에게 의지가 된 사람이 아니었다는게 슬펐다.
저번주 출장에서 소식 전해들었는데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다.
저번에 사내에서 마주쳤는데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너무 슬펐다.
너를 아직 못잊은 것 같다. 너를 잊게되면 너의 전화번호로 되어있는 비밀번호도 다 바꿀수 있겠지.
제 남자친구는 이런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일 줄 알았는데...
순간 "이겼다"라는 감정과 "미안하다"라는 감정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답장을 받고 재회의 신호인가 해서 에프터 메일을 통해 어떻게 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하냐,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높지 않은 확률에서 최상의 답장이 왔으나, 직접적으로 만나서 대화를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백기간을 가져가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
그러나.. 저는 그 당시 긴 답장을 받고 나름의 자신감이 충만해져버려서 당장 2일 후인 월요일 저녁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저는 '굳이 공백기를 지키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고, 내담자분들께서는 절대 절대 저와 같이 지침을 어기는 행동은 하지 마십시오.)
알고 보니 남자친구는 출장에 가서 회식을 끝내고 자고 있었더군요.
뜨면 안되는 전화번호가 떠서 놀랐다며 잠이 다 깼다고 했습니다.
저는 실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남자친구의 반응은 "너 나랑 다시 만나면 결혼해야해..."
역시나 예상했던, 상황적 문제 때문에 겸사겸사 헤어진 그의 의도가 드러나는 멘트였습니다.
저는 지난 기간동안 충분히 고민한 내용을 간략하게 말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너무 강박적으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자 해서 부정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혼이라는게 별게 아니고 상대에 대한 신뢰, 사랑, 존중, 존경 등이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사이에 그런게 있다면 나는 결혼해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고자 한다. 너는 나에게 그런사람이다.
만약 내가 너에게 그런사람이라면 우리는 결혼에 대해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내일 저녁에 만나자."
그렇게 다음날 약속이 잡히고 카페에서 깊은 대화를 한 우리는 결혼을 전제로 재회하게 되었습니다.
------------------------------------------------------------
그 이후 1년동안 제 강박으로 인한 거짓말이 2번 정도 더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남자친구는 이해해주었고
저희는 내년 봄을 목표로 결혼 준비를 하는 안정적인 커플이자 예비 부부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한번만 더 거짓말 하면 일단 결혼은 all stop 하고 거짓말 하는 버릇을 고친 후 재개하겠다고 엄포를 들었지만;)
태생적으로 신뢰감 관리가 어려운 저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행동하려고 일기쓰기/목표설정/칭찬스티커 등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불쑥불쑥 거짓말 욕구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아마 신뢰감 관리는 평생 해야할 것 같습니다.
반대로 프레임 관리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고 노력하면 하는대로 쉬이 유지되는 것이 보입니다.
사람이 역시 둘 다 가지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트라상에서 도와주셔서 더 괜찮은 연인이 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
마지막으로 항상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는 내담자에게 한방의 궁을 선사하는 상담사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여 다시는 찾아오지 않는 기억한편의 내담자 1이 되기를 바라며, 다들 큰 고비없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셨으면 좋겠습니다.
긴 후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시글 삭제
게시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