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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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민 상담사님 후기 / 30대 단기연애 / 재이별 / 고프저신

재회는글쎄2024 / 05 / 04
며칠 전 두번째 애프터메일까지 드렸는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후기를 씁니다.
완전히 이별하지 않은 상태로 상대방과 한 달 정도 시간을 가진 뒤, 하민 상담사님께 상담을 받고, 2월에 무난하게 재회했어요.
저는 이미 다른 사람으로 상담을 한 번 받은 적이 있어서 매달리거나, 오락가락하거나 그런 모습을 제 성향에 비해 거의 보이지 않고 시간을 갖는 상황이었습니다. 또 이번 남자친구는 그런 성향을 극대화하지 않는, 그래도 젠틀한.. 여지를 남기지 않는 나름 솔직한(?)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재회할 당시 "내 남자친구는 안 그런 척 하면서 자존심이 세고, 솔직하지 못하고, 내적프레임이 낮다. 많이 참고 안 싸워야겠다"라고 그렇게 다짐했지만... 제 타고난 성향과 남자친구의 낮은 내프로 인한 시비가 겹쳐 잘 안 되더라구요.


재회 후 2주 만에 생긴 첫다툼에서 저는 "기분 풀리면 연락줘. 아깐 내가 미안했어"라고 하면서 최대한 감정적으로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그 모습을 "세상 쿨한 사과던데?", "니 기분 알아서 풀리면 연락 주라는 건가?" 부터 해서... 제 노력을 전혀 알아주지 않더군요. 일단 설명을 해도 자기한테 납작 엎드리지 않아서 인지 "변명만 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하지 않는다. 니가 한 게 무슨 사과냐"고만 했습니다.
저도 한 피곤한(?) 성격이다 보니.. 제가 납득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강해요. 저도 그 모습을 인지하고 "애교 부리면서 좀 단순히 풀어가야겠다"며 노력하려고 하지만, 제 남자친구도 저와 비슷한 성향이라 오히려 더 안 되고 싸움이 커집니다.
무튼 그날 점심시간에 한바탕 통화를 하고.. 저녁에 잠깐 얘기 좀 하자고 제안했더니 남자친구는 좋다고 했다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아직 잘 모르겠어"라고 거절했습니다. 저도 피곤했지만 "세상 쿨한 사과던데?"라고 하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자존심 진짜 많이 부리네.. 내 관심을 계속 원하는구나" 싶어서 한 번 더 만나자고 제시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재회 직후 제 달라진 모습에 "나만 화내고, 나만 안달났나? 얘는 급하지 않은가?" 하고 틱틱대는 단계였던 것 같은데.. 막상 실제로 겪으니 마인드 컨트롤이 잘 안 됐습니다.


제가 남자친구 집 앞으로 갔고, 차에서 얘기를 하면서 "오빠.. 난 오빠한테 나름 감정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 '알아서 화 풀고 연락해' 이것도 아녔어. 내가 카톡으로도 '기분 풀고 가기로 했던 여행 가자. 오빠 의견도 반영해서 여기로 가는 것도 좋을 거 같아'라고 했잖아.. 난 오빠가 나한테 너무 엄격하다고 생각해. 이럴 때마다 너무 지쳐.."라고 얘기했더니 오빠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라구요. "그래.. 너가 먼저 손을 내밀어줬는데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 같아. 지친다고 하지 말아줘.. 그 말을 들으니까 나한테도 조금 상처가 돼"라고 하더라구요. 제가 자존심을 부리지 않고 얘기하니 정신이 들었나봅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는 저한테 서운했던 점을 몇가지 얘기했는데, 기가 찼습니다. "이런 걸로 서운해한다고? 그러면 이 사람이랑 어떻게 미래를 그려나가지? 결혼하면 맨날 나한테 서운하다고 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한숨을 쉬면서 남자친구한테 "그런 걸로 기분 나빠하면.. 앞으로 어떻게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겠어? 난 우리가 오랜시간 함께하려면, 서로 이게 마음에 안드는 점을 자꾸 꼬투리 잡는 것보다 좀 더 이해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라고 했고, 남자친구는 "나도 예민한 거 같으니 너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해볼게"라고 하면서 저에게 맞춰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갑자기 미안하다고 하면서 같이 있고 싶어하고요.



참고로 저는 20대 때 프레임으로만 유지가 되는 전형적인 갑질 연애를 했었고, 남자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꼬투리 잡고 싸움을 걸던 제 모습이 문제가 있다고 느껴 고치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나이를 먹은 것도 있겠지만, 그때의 모습을 의식하는지라 남자친구의 사소한 행동이나 연락 문제, 만남 횟수, 저한테 치는 장난, 충고, T식 발언들을 이유로 남자친구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잘 서운해하지도 않고요..(물론 남자친구가 오히려 저를 많이 좋아하고 많이 보고 싶어해서 충족이 돼서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제 사소한 행동, 말, 장난으로 시비를 걸어대니 진짜 환장하겠더라구요. 내적프레임 탓이라고는 하지만.. "이래서는 아무 말도 못하는 거 아닌가?"싶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내가 좀 빡세긴 하지" 싶기도 하고 뭐 양가감정이 심하게 들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예전에 비하면 아주 착해졌는데 왜 나한테 계속 뭐라고 하는거야"하는 억울함이 많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감정적이지 않으려 했던 노력이 무시당했다가, 다시 제 이성적인 모습에 위기감을 느낀 남자친구가 타협을 해주었던 건데, 저한테는 그게 안 좋은 보상이 되었나봐요. "내가 이런 방식으로 길들일 수 있겠군" 싶었나봅니다. 어떤 원리로 남자친구가 꼬리를 내렸는지 잘 알지 못하고 그저 "나를 이해해주는구나"하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뒤로 남자친구가 저에게 "기분 나쁘다", "서운하다"며 하는 말들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도 없었고, 남자친구가 먼저 손을 내밀더라도 싸움을 쉽게 끝내지도 않는 자존심을 부리게 됐습니다. 결과는 뭐.. 끝없는 싸움이었죠.


그러다 또 제 사소한 농담으로(제 기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대부분이 연인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말 사소한 장난..도 아닌 말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기분 나빠했고, 남자친구도 저도 많이 쌓여 싸움이 커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뭐 이런 걸로 기분 나빠하지? 진짜 어지간하다" 했는데, 지금 차분히 생각해보니 남자친구도 많이 쌓였고, 자기가 자신 없어 하는 부분에 대해 제가 찝어 얘기했고, 낮은 내프에 충분한 보상이 없어서 (제가 또 칭찬이나 인정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ㅠ 낯 간지러워해요) 더 예민하게 받아들였을 거라 생각해요. 제가 정말 조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이후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재회 후 싸울 때마다 저도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 안 맞는 거 같다" 이런 말을 습관적으로 해왔으니 내프 낮은 남자친구한테 심각한 타격이었을 거예요. 나이도 있고.. 이렇게 자주 싸우니 미래가 안 보인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저는 일단 알겠다고 하고 이틀을 꽉 채워 연락을 안 했어요. 그러다가.. "재회 후에 내가 너무 자존심 부렸던 거 같네.. 오빠한테 그래도 먼저 손을 내밀어봐야겠다" 이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했습니다. 이중모션을 보이더라구요. "이 연애는 너무 자극적이다. 하지만 내 나이도 있고 상황 때문에 난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 왜 이 연애를 끊지 못하나 생각해봤는데 너무 자극적이라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당장 힘들더라도, 만약 그만하는 게 맞다면 끊어내는 게 맞는 것 같다. 지금 이성이 나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어서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 이성이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다"라고 얘기하길래, "오.. 판단력이 참 좋은데, 오빠도 상담을 받았나..?" 싶었어요. 아마 아트라상까지는 아니어도 유튜브를 많이 본듯 했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자기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절대 없었지만, "이번에 헤어지면 정말 얘도 마음이 뜨겠다" 싶은 생각이었는지, 제가 연락하면 다 잘 받아주고, 대화도 잘 했습니다. 다만 쌓인 게 많아 저한테 화를 내는 일이많았는데.. 저도 힘들더라구요. 힘이 다 빠진듯 힘들다고 하면 "난 너 지금 힘들다는 거 들어줄 여유도, 생각도 없어"라고 해서 저에게도 조금 상처였습니다 ㅠ 하지만 중간에 "좋은 연애가 뭔지 생각해보고 나름의 결론을 내서 대화해보자. 내가 본 글인데 너도 읽어봐", "지금 얘기하는 게 힘들면 니가 준비되었을 때 말해줘, 그때 얘기하자"라고 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의 이중모션을 많이 보였어요.


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느껴졌어요. "오빠랑 얘기하고 싶다~~ 혹시 얘기 괜찮아?"하면 다 받아줬고, 제가 "지금 전화할까?"라고 했더니 화를 내더라구요. 전화를 하고 싶으면 하면 되지 왜 물어보는 거냐고, 나보고 하라고 자존심 부리는 거 아니냐고, 내가 너에게 확신이 없는데 그걸 물어보면 "그래, 해"라는 말이 나오겠냐구요. 그러면서 제가 평소에 표현도 없고, 전화할 수 있음에도 안 하고, 자기만 말을 하는 거 같다며 우다다 쏟아냈습니다. 그 반응 보고 "음.. 조금만 침착하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근데 오빠의 쌓인 감정을, 제 온전한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상태에서 받아주니 저도 잘 안 되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10일 정도 이중모션을 겪었지만 저는 나름대로 다른 모습을 많이 보이려고 했고, 남자친구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잘 만나보자"라고 했습니다.


일주일 뒤 위기를 넘기고 간 여행에서 비슷한 싸움이 또 벌어졌고... 여행지에서 오빠는 엄청난 이중모션을 보이더라구요. 부정적인 말을 해서 "원하는 게 그만하는거냐"고 물으면 "그걸 어떤 의미로 물어보는거냐"고 반문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조용해지거나.. 오빠가 저에 비해 체력이 약해서, 몸이 피곤해서 그런 것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싸우던 와중에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너는 뭐든지 같이 해야 돼? 각자 시간을 잘 보낼 순 없는 거야? 그리고 이제 주말에는 각자 시간 좀 보내자. 너무 자주 만나니까 싸우는 거 같다"


듣고 의아했습니다. 연락 자주하기, 전화하기, 주말 함께 보내기 모두 제가 요구한 적은 없고 남자친구가 자연스레 원하거나 저보고 해주지 않는다고 투정부렸던 건데... 처음엔 "자기가 해달라고 해놓고 갑자기 왜 뭐라고 하지? 질린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친구 말도 듣고 생각해보니 오빠는 자기가 바라는 점을 저런 식으로 표현한 거 같아요.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너는 이런 사람이야"하고 저를 깎아내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도 사과하고 설득도 했지만 점점 이중모션이 심해졌습니다. "이건 아닌 거 같다" 싶어서 여행이 끝나고 전화로 "오빠의 생각이 계속 부정적이라면 나도 존중하겠다. 알겠다. 그만하자"고 카운터를 쳤습니다. 조금 놀라긴 했을 거예요. 물론 제가 자존심 부린다고 생각했을 것도 같네요. 그리고 카톡으로 상담 때 받은 지침을 보냈습니다.


연락 안 한지 일주일이 됐어요. 보통 사람 같으면 "방금까지 사과하다가 웬 이별을 말하지?" 했을 것도, 내프 낮은 제 남자친구는 아마 "얘도 내가 계속 꼬장부리니 지쳤나보다"하고 있을 거예요. 지난 번 이별 후 재회 때도 비슷한 말을 했거든요.


이번엔 정말로 남자친구가 백기를 들고 다가왔을 때 받아주려고 해요. 저렇게 마무리하고 두번째 애프터메일을 보냈더니, 상담사님께서는 "여자의 프레임은 압도적이니 조급해하지 말라"며 제 내프를 보살펴주시더라구요. 저도 자존심 부리고 피곤하게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남자친구 스스로 "난 잘못한 게 없고 여자가 무심하고, 표현도 없고, 여자가 다 잘못했어"라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남자친구가 백기를 든다면, 자기 자신이 문제가 있다는 걸 조금이라도 생각은 해봤다는 거겠죠. 그렇다면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제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고, 고민 해볼거구요.


지금도 매일 같이 연락하던 오빠가 없으니 허전하고, 생각납니다. 사진 보면 귀엽고 만지고 싶고(저는 말보다는 스킨십을 좋아하는데 제가 계속 만지는 것도 정신 없다고 싫어했지만 ㅠ), "으이구 왜 그랬니. 이 못난아"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그런데 문득, "당장 허전하다고, 이대로 만나면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커지더라구요. 지금은 오빠에게 연락이 와도, 제가 자신이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둘의 사이가 단단해지고 개선되려면, 공백기는 필수라고 느껴져요. 그 기간을 거치지 않으면 저도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공백기가 기약 없고 길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평소에도 계속 연락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어서 전화도 잘 안 했던 것도 있어요), 새 부서에서 업무도 좀 열심히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머릿 속에 채워지더라구요.
물론 이런 긍정적인 생각은 하민쌤 상담과 칼럼, 책을 통해 "오빠는 날 많이 좋아하는데, 다만 내적프레임이 낮아 틱틱대는 것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 과정이 필수적이다"라고 느낀데서 이어진 거죠.


남자친구와 저는 기질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저와 오빠가 어떤 성향 어떤 기질의 사람인지 이해하고 서로 어떤 부분을 불편해하는지 이번을 기회로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싸운 것 역시 제가 "나는 다 이해하려고 하고 꼬투리 잡지 않는데 오빠는 왜 나한테 항상 뭐라고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억울해한 게 큰 영향을 미쳤던 거 같거든요. 남자친구도 그런 얘기를 했었구요.


아트라상을 알게 된 건 제게 큰 행운이었어요. "신뢰감"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이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제가 머릿속에 임의로 "신뢰감이란 이정도면 되는 거다"하고 한계를 설정해둔 게 아닌가 싶더라구요.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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