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쓰지 않으려 했던 재회 후기 / 서예나, 이강희 상담사님
정사자
2024. 04. 01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 말에 처음 아트라상을 알게 되어 꾸준히 이용해왔던 남자 내담자입니다. 다른 많은 내담자분들처럼, 아트라상을 통해서 인간 관계에 대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상담을 진행하며 겪었던 경험들과, 특히나 마지막 상담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내담자들께 도움이 되고자 이 글을 적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빌려 저와 인연이 닿았었던 모든 상담사님들, 관리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합니다.
제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리자면, 작년 6월쯤 잠수 이별한 상대에게 (저프고신의 상황), 각종 프레임을 높이는 전략들을 통해 8개월이 지난 2월쯤 울면서 연락이 왔었으며, 저는 고프의 자세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다 3월초쯤 얼굴을 보고 매달리는 상대에게 제가 진정한 이별을 고하였습니다 (사실 재회를 원하시는 분들은 이중모션의 상황에서 고프 전략으로 가셔야 합니다, 저는 재회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별을 당당히 고하였습니다).
저는 이강희 상담사님께 보낸 마지막 애프터메일에서 밝힌 것과 같이, 재회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재회 후기를 쓰지 않으려 했었는데,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재회에 간절한 내담자님들을 기만하는 행위 같다는 생각
2) 결과론적으로 재회에 성공한 것이 아님에도, 자기 중심적 표현을 통해 다른 내담자들께 헛된 희망을 드린다는 생각
1)과 2)의 이유는 제가 여러 번의 내담자 시절때도 가졌던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담 후기를 보는 것이,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내담자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해 심리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신의 상황을 근거 없이 낙관하는 소망적 사고의 오류와 지나치게 비관하는 자기 연민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라 생각합니다.
많은 내담자분들이 지금도 상실의 고통으로 힘겨워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이별의 슬픔은 여러 번을 반복해도 언제나 무겁게 다가오는 거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고통이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발전은 자기 계발의 차원에서의 의미가 아니라, 상황의 호전과 한 개인의 확장을 의미합니다. 누군가에겐 헤어진 연인과 '다시 잘 만나는 것'이 발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이별을 극복하는 것'이 발전일 수 있습니다.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재회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나 동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회라는 행위는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목표가 아닐 뿐더러, 삶에 건강함을 주는 몰입의 주체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재회를 원하시는 내담자 분들이 과정과 동기로써의 '재회 방법론'을 익히는 것이 향후 내면 성장과 건강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트라상을 이용하여 재회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스텝을 밟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1) 자아 해체 및 자기 수용
2) 긍정적인 목표를 찾아 몰입하기
3) 상실에 대한 충분한 애도
위 3가지의 스텝은 순서대로 지켜졌을 때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병렬적이거나 순서와 무관하게 진행되어도 된다 생각합니다.
* 자아 해체 및 자기 수용
아마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문제의 요지를 파악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자신과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어려울 거 같습니다. 요컨대, 남의 고민은 쉽사리 상담하다가도 막상 자신이 그 처지에 놓여있을 때는 곤란함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다행히도, 아트라상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문제의 요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진 않습니다. 비용을 지불한 대가로 상담사님께서 빠르게 문제의 요지를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문제점 혹은 본인이 처한 관계에서의 문제점이 드러날 것입니다.
문제의 요지를 상담사님과 함께 찾았다면, 다음 할 일은 문제를 정면으로 인식하는 행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담 직전과 직후의 혼자 글을 써보며, 상담 과정에서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거나 혹은 상담 때 받아들이지 못한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혹시나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주위의 친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생각이 깊어보이는)과 상담 내용과 관련된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충분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자연스레 이별에 대한 오답 노트를 자기 내면에 내재화하여 문제 인식의 효과성을 높입니다.
다음은 문제 인식에 대한 피상적인 접근을 넘어서는, 자기 수용의 단계가 필요합니다. 재회라는 단기간의 보상에 급급하여 문제를 인식하고, 재회의 대상이라는 한정된 대상에 몰입할 경우 진정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 생각합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역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모습들을 수용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때 수용의 기본은 선과 악, 긍정과 부정의 속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존심이 세고 쉽게 토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이 자신의 본질임을 받아들인 채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나는 자존심을 부리지 않을거야'보단,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고집을 부릴 만한 상황에서 잠시 생각하는 자세를 가질거야'가 보다 건강한 해결책입니다. 이것이 자기 수용이며, 자기 수용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90퍼센트가 넘는 재회 당사자들이 그렇듯 같은 이유로 이별하게 될 것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더이상 실수가 아니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본연의 모습을 올곧이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긍정적인 목표를 찾아 몰입하기
앞서 말했듯, 재회가 목표가 되면 안됩니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자기 수용이 끝나갈 무렵 즈음, 자신이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었던 가장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찾아 몰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내면적 에너지의 수단으로써 '재회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평소 좋아하던 러닝을 작년 6월 이별으로부터 2주가 지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벌써 3번의 마라톤에 참가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독서, 글쓰기 등 다양한 목표들이 개인마다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재회가 동기가 되어 이루게 될 많은 긍정적 목표들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애정을 키우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는 곧 모든 재회의 기본인 '내적 프레임'과 연결되며, 나아가 많은 프레임 관련 전략들과 연계될 수 있습니다. '상실의 시간'을 '몰입의 시간'으로 채움으로 인해, 보다 빠르고 건강하게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상실에 대한 충분한 애도
마지막으로, 상실에 대한 충분한 애도가 필요합니다. 상담사님의 지침만을 믿고 '재회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막연히 품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별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상대방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직면하셔야 합니다. 상실에 대한 충격은, 완전한 자기 수용의 마지막 퍼즐이자 긍정적인 목표에 몰입하기 위한 에너지가 됩니다. 이별의 상황을 부정하는 일은 도리어 재회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침을 어기는 행위, 내적 프레임을 깎는 행위, 돌발 행동, 또는 소망적 사고에 의한 집착 등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은 상실을 부정하는 데서 기인합니다. 따라서, 이별을 겪은 내담자가 취해야 할 가장 좋은 자기 성찰 중 하나는 바로 상실에 대한 충분한 애도입니다. 슬픔의 감정, 영원히 볼 수 없다는 두려움, 분노, 죄책감 등 모든 감정들을 온전히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감정들을 충분히 느끼고 하나 하나 이름 붙여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너무 힘드시면, 심리 상담을 이용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이 모든 슬픔과 고통을 단순히 덮어 놓은 채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슬픔과 고통을 잊게 다는 이유로 몸을 혹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도 돌이켜보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목표들에 몰입하다가도, 이따금 재회의 상대방이 생각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그 생각과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온전히 느끼는 것이 좋은 거 같습니다. 익숙해지다보면 그러한 생각이 이윽고 정리되며 다시 목표에 몰입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2017년쯤 어린 나이로 (지금도 어린 나이지만) 상담 후기 글을 작성하였고, 상담사님이 좋아해주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 때는 굉장히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제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썼었습니다.
'재회를 위해선 재회를 포기해야 한다', '아트라상에 얻은 지식은 연애할 때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 사이 많은 것들을 경험하여 위 내용에 살이 붙은 거 같습니다. 여전히 전, 성공적인 재회를 위해선 재회를 우선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이전 상담에서는 실제로 재회 단계에서 포기해본 적이 없어서 해당 명제의 신빙성이 떨어졌지만, 재회 직전에서 재회를 포기해본 지금의 저는 저 말이 재회의 본질 중 하나라 믿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원하는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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