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상담 후기 말고 칼럼 재회 후기!!
물오름
2023. 08. 01
안녕하세요, 저는 상담을 받지는 않았지만 칼럼 읽고 재회한 케이스 입니다! 이메일 드렸더니 후기 적어주시면 좋겠다 하셔서 적어봅니다! 다른 분들께도 혹시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는 2년 3개월정도 연애를 했었고 스스로 을의 연애를 해왔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습니다. 두어번 매달려서 연애를 유지했었고 그땐 공백기도 없이 그냥 헤어질뻔 하고 말았었죠. 그랬더니 상대방은 의도치 않아도 보상심리와 갑의 위치에 서게 되면서 저는 안봐도 될 눈치를 보고 상대방도 그런 제게 매력을 못느끼는 악순환이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상대방에게 엄청난 고프레임이었고, 그래서 서로 싸우면서도 2년이란 시간동안 만나온거였습니다. 저한테도 상대방이 고프저신이었고요. 그러다 결국 크게 싸우고서 상대방이 막말을 하며 헤어지자 하길래 이번에는 저도 지쳐있었고 이런 막말 들으며 만나야 하나, 이 사람 아니어도 될텐데 하는 마음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며칠 뒤, 상대가 카페에서 이야기나 하고 마무리하자길래 저는 어디서 본건 있어서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상대방이 안아달라고 하는 것(말하자면 이중모션이었습니다)도 거절했어요. 고프레임이었지만 제가 스스로 저프레임 행동을 많이 해와서 이때 아마 프레임이 확 올랐으리라 생각해요. 이게 저한테는 1차 지침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은 편지를 두고 갔어요. 안아달라고 하는데 안안아줬던게, 싸늘하게 말하던 너의 모습이 너무 불안하고 안달났다고요. 그렇지만 또 편지에 대한 반응은 하지 않았어요. 제가 편지를 써주고 받는걸 되게 좋아하는데 아마 편지에 대한 반응이 없을거라는 것도 예측하진 못했을거예요.(예측깨기)
상대방은 원래 sns를 잘 안하는 사람이었는데 저와의 공백기 동안 인스타에 스토리도 올리고 저만 알고 있는 부계정에도 스토리 올리고, 힘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티가 나고 그렇더라구요. 안하던 짓을 하니까 저는 마음이 더 편안해졌습니다. 헤어진 직후부터 쭉 3주내내 그러더군요. 그 뒤로 상대방은 공적인 일로 카톡을 해왔습니다. 주로 짐에 관련해서요. 그리고 짐을 찾으러 오기로한 날, 저를 보자마자 제 얼굴만 쳐다보고 계속 미련있는, 아쉬운 모습을 하기에 아직 마음이 남은 게 정말 확실하구나 했어요. 오랜만에 보니까 안예뻐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는데, 그래도 너무 예뻐보였대요.
짐 찾으러 와서는 짐은 안가져가고 대화 좀 하다가 같이 어디 나갈까 했습니다. 그냥 집에 가겠다더니 제가 나가버리니까 곧바로 전화해서는 기다리라고 하더니 따라나오더군요. (사실 이때, 저는 그날 바로 재회할 기대 같은건 애초에 내려놨어서 맘 굳게 먹고 신경안쓰이는 척 나가버린거였어요.)
같이 걷고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떨어졌을 신뢰도를 높이는 말을 막 해주었습니다. 상대방이 울먹거리면서 자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이런저런 것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랬을거 같다면서 담담하게 그렇지만 따듯하게 공감해주었습니다. 그리고서 같이 밥을 먹는데, 자기도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는건 아니었다고 오히려 카페에서 바로 붙잡을 생각이었는데 자기가 너무 잘못한게 커서 잡을 수가 없었다고 그러면서 은근히 재회를 원하는 어필을 계속 하길래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지 않겠냐 했어요. 소심하고 회피적인 성향도 있고 자존심도 쎈 이 남자가 이정도로 시그널 보내는 거면 붙잡는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기회를 주겠다는 식으로 이야기 했던 것 같네요.(말하자면 2차지침, 가능성제시) 그리고 그날 2차로 술도 마시고 집에 데려다주면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상대방은 잘못했다 미안하다 내가 많이 부족했다고 이야기도 하고, 꽃도 사다주고 저한테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질투도 하고 확 반응이 왔을 거 같은데 제가 여유로워 보인대요. 혹시 마음이 식은건 아니지 하면서 오히려 상대방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네요. 헤어져 있는 한달 가량, 스스로 밥도 잘 챙겨먹고 꾸준히 내프가 올라왔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칼럼도 매일같이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았구요. 읽다보니 제가 얼마나 상대방에게 고프레임인지 알게 되니 자신감이 붙었던 덕분도 있습니다!
사실, 상담이나 칼럼이 아니어도 재회가 충분히 될 만한 요소가 다분한 케이스긴 했지만 그래도 칼럼이 아니었으면 불안감과 조급함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반응을 분석하기에도 버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상대방은 카페에서 이야기 했을 때 다시 만나고 싶다고 요청할 생각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때 제가 다시 만났다고 한들 공백기가 없어서 이렇게 서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안되었을 것 같아요. 원하면 재회를 바로 했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공백기 동안 저도 상대방도 서로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무엇으로부터 꼬이기 시작한건지 생각해봤고 서로가 건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기 때문에 더 건강한 재회로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재회가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저는 앞으로의 연애를 잘 가꾸고 스스로의 삶의 균형을 잘 맞춰가보려고 합니다.
좋은 칼럼들 감사합니다. 제 후기도 칼럼에 쓰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조그만 욕심을 안고 인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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