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예나쌤/강희쌤 : 높은 확률, 훌륭한 대체자와 연애 중/고프저신
런지
2023. 07. 12
예나쌤, 강희쌤 잘 지내시죠? 상담으로 쌤들과 만나 뵌 지 벌써 반년이 넘게 지나가네요.
예나쌤께 마지막 애프터 답장을 받고(ㅎㅎ),
전남친과의 관계를 큰 틀에서 마지막으로 복기해보고 싶은 마음과 (물론 그를 잊은 지는 오래됨..),
이 글을 보시는 내담자 분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후기를 씁니다.
'재회 포기' 문구가 어쩌면 힘이 빠지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이왕 읽으시기로 했다면 끝까지 읽어주세요.
후기는 가려 읽으면 안됩니다!
저는 작년 말, 처음엔 강희쌤께 연애 유지로 상담을 받았다가, 곧 갑작스러운 이별로 예나쌤께 긴급상담을 받았습니다.
예나쌤께 혼도 났었죠. 지나고 보면 상담사님들 분석이 다 맞았었습니다. 강희쌤은 이 연애는 이대로 가면 이별이 올 수밖에 없다고 하셨으니까요.
저는 고프저신 케이스에 확률 70% 이상이었고, 저와 상대 둘 다 결혼적령기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고프저신인 케이스였죠.
저는 고질적인 신뢰감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태 고프지만 내프가 낮아 상대를 채찍질 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이번에도 실수를 할까 봐 많이 참았지만, 이건 강희쌤 분석처럼 꾹 참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상대는 연애 경험이 없고 사회적 지능이 지금껏 만나본 남자 중 제일 낮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말이지만 이별은 시간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는 예나쌤도 어이 없어 웃기다고 하실 정도로 나이에 비해 사회적 지능이 낮았습니다. 외모와 직업은 괜찮았으나 공감능력 없고, 내프 낮고 자존심 세고 (자기가 더 좋아하고 노력하는 것에 자존심 상해 함) 연애 경험이 없다 보니 20대 초 혹은 갓 고등학교 졸업한 남자가 할 정도의 연애 센스를 가지고 있었어요.
처음엔 그런 점들을 귀엽게 봤었지만 갈수록 참기 힘들어졌고, 아무리 경험의 부재에서 온 미숙함이었어도 저보다 나이 많은 분이 그러는 게 이기적으로 보였으며, 제가 그를 저신으로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거기다 대고 저는 나쁜 프레임 올리기로 대응을 매번 했기 때문에 상대 입장에서야 제 성격만 안 좋아 보이고 제 문제만 보였을 겁니다. 물론 그도 고프의 채찍질은 무서웠는지 사과하는 반응은 매번 좋았기(?) 때문에, 설상가상으로 저에게 잘못된 학습이 된거죠. 상대는 저에게 서운함과 실망이 쌓인 상태였고, 이별 통보 하기 며칠 전만 해도 그는 저에게 연락 문제로 서운하다며 살짝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아마 본인도 마음이 왔다갔다 했겠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이별을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큰 싸움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속 터졌던 제가 이별을 고했으면 고했지, 상대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강희쌤께 상담을 신청한 이유도, 우리가 처음보단 좀 삐그덕 거리지만 좀 맞춰가면 될 정도라 생각해서 애초에 관계 유지 상담으로 신청한 거였으니까요. 강희쌤 말처럼 그가 저를 여전히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이미 느끼고 있었고요.
또한, 평소에 그가 자신 있게 말하던 가치관/신념을 생각하면 일방적인 이별을 겪게 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설령 이별을 하게 되더라도, 대화 및 노력으로 관계 유지 노력을 정석에 맞춰 하다가,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그 때 헤어지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는 모든 과정을 전부 생략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갑작스러운 이별통보를 하게 됩니다. 이 점 때문에 처음에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고프라고 들었는데 이별의 과정만 보면 제가 저프인 줄 알았으니까요.
예나쌤은 이런 상대의 잘못을 크게 지적하셨어요. 제가 아무리 저신이었어도 이런 대접 받을 정도로 잘못한 것도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 그어 말씀하셨고, 이건 상대가 낮은 내프로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무책임하고 예의 없는 행동을 한거라 고프저신임에도 강력지침으로 상대를 혼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 분석이 저에게는 정말 큰 위로가 되었어요. 제 잘못으로 헤어진 게 아니라, 상대 잘못으로 헤어진 거구나 라고 결론이 나니까 미련도 없어지고, 이별을 일방적으로 당한 거 치고는 극복하기가 비교적 쉬웠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한 셈이고, 상대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셈이 된 거죠. 후회의 감정이 어찌보면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인데, 저는 후회를 느낄 정도로 잘못하진 않았던 겁니다. 물론 상대에 비해..
예나쌤 지침은 제가 한 번 후기에도 썼지만 진짜 언어의 천재 아니신가 싶을 정도로 완벽하고 간결했습니다. 제 친구들은 지침을 보더니 '어떻게 차인 사람이 찬 사람처럼 될 수 있어?' 라고 극찬했어요 ㅎㅎ
1차 지침 이후, 저는 공백기도 나름 짧은 편이었지만 리바운드도 생겼었고 (한 달 사귐)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2차 지침까지 시간을 자체적으로 더 두었습니다. 지침 이후 상대 SNS의 변화로 예나쌤은 이미 저는 평생 잊지 못할 여자가 되었다고 하셨죠.
정해진 공백기가 더 지났지만, 2차 지침은.. 상대를 더 이상 신경 쓰기 싫어 망설였었습니다. 하지만 1차 지침이 강하기도 했고, 그래도 마무리는 좋게 하자는 마음으로 2차 지침을 보냈는데 상대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후회하고 반성하는 구구절절 장문의 답장이 왔고 예나쌤은 이 답장을 보고 '와..' 라고 하시며 상대가 공백기 내내 힘들었다는 게 똑똑히 보인다고 하셨어요. 사실 상대가 후회하는 꼴만 봐도 만족스러울 줄 알았는데, 막상 너무 좋은 반응이 오니 그는 대체자는 커녕 리바운드도 없는 게 확실해져 제 마음은 전보다 싱숭생숭 해졌죠.
하지만 저는 이미 소개남의 삼프터 고백을 받아버린 상태라 두 마리 토끼 다 놓칠까 봐 소개남의 고백을 받아주게 된 상태로, 예나쌤께 혼돈의 2차 상담을 신청하게 됩니다.
2차 상담에서 예나쌤은 조금 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재회 확률 자체는 나쁘지가 않지만 이 남자를 굳이 다시 만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해보라고 하셨죠. 저도 제가 지침대로 다가가기만 하면 재회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 같긴 했습니다.
하지만 예나쌤은, 상대의 낮은 사회적 지능은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며 남자가 상담을 받는다 해도 1년은 노력하고 연습해야 할 부분이다, 사실 상담에 와야 하는 건 이 남자다(ㅋㅋ), 얘는 내 프레임이 간섭을 하니까 대체자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혹여나 그를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여자가 엄청나게 포기하는 연애를 해야 한다 라고 하셨어요.
저는 답답한 마음에 '차라리 자존심이나 부리든지, 저렇게 답장할 거면 왜 헤어지자고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지도 힘들었구만..' 이라고 하니 예나쌤이 웃으시면서 '맞는 말이다. 사회적 지능이 낮으면 멀리 보는 능력이 떨어진다' 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결국 상대의 낮은 내프와 낮은 사회적 지능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여 재회를 포기하게 됩니다.
지금은 새 남자친구와 벌써 기념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요즘 사실 너무 행복해서, 물론 복기하느라 쓴 거긴 하지만, 제가 위의 고민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방적이긴했지만 이별통보 해준(?) 전남친에게 고맙기까지 합니다. 현재 남자친구는 외적/직업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성격적으로도 전남친을 훨씬 뛰어넘는 분입니다. 초기에는 전남친 프레임 때문에 긴가민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새 남친은 전 남친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사회적 지능이 높은 분입니다. 또, 예민한 정도와 메타인지력이 저와 비슷해서 서로 먼저 배려하고 뭐든 더 해주려고 하다 보니 데이트 자체가 힐링이라 매일매일 보고싶네요. 전남친과의 데이트는 매번 기싸움 하느라 스트레스 받고 피곤해서 매일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던 것과 비교됩니다. 거기에 제가 모태 고프라 하셔서 프레임 욕심 내려놓고 신뢰감 관리만 하니 상대가 저를 초고프 초고신으로 보고 있다는 걸 매번 느껴요.
새 남자친구와 연애하느라 전남친은 잊고 있다가, 최근 우연히 전남친의 sns 등등을 보게 되었는데,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아직도 보여지고 있었어요. 예나쌤께 마지막 애프터로 제 근황 전하며, 전남친의 sns 및 행동들이 저를 의식한 게 맞는지 여쭈어봤는데, 우연이라기엔 말이 안되며, 거의 100% 여자를 염탐하고 있고 미련이 남았을 때 하는 행동이라고 하셨어요. 또한 그렇다고 해서 이 남자에게 마음이 흔들리거나 미련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고, 현남친 자체가 아주 훌륭하고, 전남친은 내적 프레임도 낮고 사회적 지능도 너무 낮아서 미래가 불행할 확률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쌤이 봐도 전남친보다 현남친이 몇 배는 더 좋은 남자라 생각하신다고 하여 인정까지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전남친이 저보다 먼저 털고 일어날 일은 없다고 하셨는데 정말 정확합니다.
이별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내담자 분들, '재회 포기' 문구만 봤을 때는 제가 합리화 하는 글을 주저리 쓴 거로 예상하셨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저는 누가 봐도 객관적으로 더 훌륭한 사람과 더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어요.
이미 많이 보고 들으셨겠지만 재회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꼭 아셨으면 합니다.
인간의 힘으로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건 상담사님이 지구상에서 제일 잘 하실테니 이미 상담에 오신 것 만으로도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상처 받은 마음을 회복하는 데만 집중하셨으면 합니다 ㅎㅎ
그리고.. 연애는 철저히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저프가 되지 않는 선에서 너무 머리 쓰지 말고 연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기에 감정을 절대 머리로 이길 수 없습니다. 논리로 통제할 수 없어요.
제 주변을 보면 아무리 30대에 결혼이 걸린 연애라고 해도, 연인 상대로 머리 쓰고 손익 분석하며 연애 하는 사람보다, 조건은 최소한으로 보되 좋아하는 감정에 충실한 연애를 해온 사람들이 훨씬 성숙하고, 누가 봐도 행복한 연애를 하며, 결혼해서도 훨씬 화목해요. 당연하겠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 테고, 연애는 감정의 영역이라고 했는데 그 1순위에 충실한 거니까 언제나 발전할 수 밖에요. 마치 수능에서 개념+기출이 제일 중요한데 그거에 집중한 사람처럼요. 아무리 문제가 변형되어 나와도 기본에 충실한 사람은 흔들리지 않잖아요ㅎㅎ
제 전남친은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도 정말 머리 써서 신중히 골랐던 사람이에요. 그리고 얼마나 그게 헛된 짓인지 몸소 깨달았습니다. 30대, 특히 고프저신 분들 마음 놓고 사랑하세요~! 문제가 생겨도 우리 뒤엔 아트라상이 있잖아요~
예나쌤 두 번의 상담 동안 정말 큰 가르침 주셔서 감사했어요 ㅠㅠ
이래놓고 지금 남친때문에 상담에 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후회없이 연애하고 오겠습니다.
강희쌤도 연애 유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꼼꼼히 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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