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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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기 잘 마무리하기 위해 쓰는 글

내꼬양2023 / 03 / 16

공백기 3일 남아서요! 너무 피곤한데 출근할 생각에 스트레스 받아 잠이 안 오네요.


22년 초에 한 번, 22년 말에 한 번 각기 다른 상대로 상담받은 2년차 내담자예요. 두 번 정도 내프 다지기용 공백기 잘 보내기용 후기 남겼었는데 글도 워낙 두서 없이 썼고 상황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쓴 거라서 상담 후부터 지금까지의 상황을 잘 정리도 할 겸 이전 글은 다 지우고 새롭게 후기 작성합니다.


재회 후기는 아니구요. 애프터 쓸 겸 겸사겸사 적는 지침 후 반응 후기랄까요?


키워드는 30대/고프저신/모태고프/상황적신뢰감(동굴)/확률70/문서상담/강희쌤
정도로 해두면 적당할까요?


이번에 상담받은 이 친구와 제 이야기를 이곳에 구구절절 다 적을 순 없지만 우리는 소개팅어플로 만났어요.


처음 연락 주고받기 시작할 쯤엔 제가 구남친과의 재회 상담을 고민하고 있던 터라 이 친구에게 집중하질 못했고 저도 홧김에 어플 돌린 거라서 사실 이 친구한테 크게 감흥은 없었어요.


근데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옆에 좋다좋다 예쁘다예쁘다 해주는 사람이 있으니 굳이 재회 안 해도 될 것 같고 더 좋은 연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더라고요. 물론 구남친이 워낙 개쓰레기였던 것도 한몫했고 상담 때 강희쌤도 별로 추천하지 않는 상대고 확률도 낮아서 조심스레 환불 권유한다고까지 하셨어서 마음 정리 잘 된 것도 있었지만요.


각설하고 그렇게 22년 초, 리바였던 그 애는 4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저를 지고지순하게 기다려주었고 4개월 후 총 세 번의 만남을 가져본 후 정식으로 교제를 시작하게 됩니다.


너무 좋았죠. 저도 이 친구도 이전 연애에서 받은 상처가 다 아물기도 전에 서로를 만난 거라 오해 아닌 오해로 상처 주고받는 날도 있었지만 뭐랄까.. 그냥 어깨 붙이고 같이 앉아만 있어도 얘는 날 진짜로 사랑하는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만큼 저도 그 애에게 더 잘해주려고 노력했고요.


근데... 제가 위에 미리 얘기했죠?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라고. 서로 간 쓸개 다 빼줄 것 같이 굴던 우리도 서로가 익숙해지니 다투는 날이 더 많아지고 어느 날은 '얘 나 익숙해졌나?'라는 생각도 갖게되더라고요.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고 제가 그런 생각을 가졌을 즈음부터 이 친구도 저한테 "너 변했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근데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건 참 잘 알고 있었어요. 아이러니하죠?


비슷한 애들끼리 잘 만났는데 왜 헤어졌냐. 둘 사이가 급격히 안 좋아져서 헤어졌다기 보다는 남친한테 고질병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엔 헤어지게 된 케이스예요.


어쨌든 제 얼굴에 침뱉는 격인 것 같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순 없지만 남친의 직업상, 환경상 해소될 수 없는 고질병임을 본인 스스로 앎에도 행동하는 걸 보면 제 시야에선 개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여졌고 결국 큰 일까지 겹쳐서 남친 멘탈이 우주를 뚫다 못해 메타버스로 나가는 상황까지 됐어요.


흔히 동굴이라고 하죠. 제 연애사에 동굴 이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겼네요? 물론 남친이 동굴로 들어갔다고 해서 무작정 저 혼자만 기다린 건 아녔어요. ... 한 20프로는? 그래도 카톡 잘 해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긴 했지만 자기 감정을 자기도 잘 모르겠고 여자친구인 니가 이해해주고 있으니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놈을 제가 곱게 봐줘야했던 걸까요?


저도 참다참다 못해서 감정이 터졌고 헤어지잔 말만 안 했지 카톡에 커플 관련해서 올렸던 것들은 싹 다 내려버렸어요. 남친은 그걸 헤어지자는 의미로 받아들였고요. 그렇게 썸 4개월 연애 약 6개월 정도의 연애는 막을 내립니다.


이틀 뒤 남친은 절 멀티프로필로 돌렸고 인스타도 끊었어요. 그때만해도 우리 사이에 남아있던 건 커플 디데이어플, 남친 계정의 넷플릭스, 제 계정의 왓챠, 데이트 통장 정도였고요. 연락은 뜨문뜨문 했었어요. 물론 제가 일방적으로 먼저 연락한거긴 했지만 텀은 길어도 답장은 해주더라고요.


솔직히 지침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남친 근황은 전혀 알 길이 없었어요. SNS를 자주 올리지도 않는 스타일인데다가 카톡도 멀티프로필이니 근황을 알 방법은 다른 번호로 카톡 본 프로필 확인하는 것뿐이었는데 별 다른 건 없었고 그저 본인 친구들이랑 가족이랑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이때 얼마나 이 갈았는지 몰라요.


재회하고 싶다는 마음이랑 미워 죽겠다는 마음이 공존해서 너 두고 봐라 내가 너 꼭 무릎 꿇린다 생각했다가 나만 사랑했나보다 싶어서 엉엉 울다가 덜 힘들어하고 잘 지내는 거 보니 다행이다 싶어서 웃다가 다시 니가 감히 잘 지내? 하면서 욱했다가 서러워져서 또 엉엉 울고.


감정이 꼭 미친년 널 뛰는 것마냥.


근데 또 그렇게 울고 나면 또 한 주는 잘 살아지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또 그 다음 한 주도 잘 살아졌고 상담완료될 때까지 그렇게 살았던 것 같아요.



상담완료된 순간은 진짜 까스활명수 두병 때린 것마냥 속이 어찌나 뻥 뚫리는 것만 같던지. 강희쌤이 써주신 위로글을 보며 또 2주를 버틸 수 있었고 지침 문자 보내고 나서부터는 감정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워질 수 있었어요.


확률도 첫 상담 때완 다르게 70퍼였다구요. 그것도 그나마 남친 멘탈이 터져서 이렇게나 낮게 부른 거라고 하셨어요.


그러는 동안 저도 회사 일이 너무 바쁘기도 했고 헤어짐 말고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보냈고 위태로운 날들도 있었기에 남친이 100프로 생각 안 났다고 말은 못하지만 나름 취미도 하나 더 만들고 모임도 나가며 지내다보니 어느 새 공백기 마무리까지 3일밖에 안 남았네요.


문자 지침 후 남친은 미안하단 말밖에 못해서 미안하다고 얘기했고 저도 그 이후로 프사지침 등 철저하게 지키진 못했지만 공백기만큼은 남친 생각 안하고 자유롭게 흘려보낼 수 있었어요. 그렇다고 미련 없었다는 건 아니에요. 저 염탐 엄청 했거든요. 여러분도 감정 컨트롤 스스로 잘 할 자신 있다면, 염탐은 염탐에서 그칠 수 있다면 하세요. 억지로 참고 망상 쓰는 것보단 나은 것 같아요.



아무튼 미적지근한 답장 이후로 어떤 행보도 없던 남친이 2월 중순이 가까워오자 슬그머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제 활동 기준 이틀 이내에 무조건 프사가 바뀌고 더 잘 사는 척, 잘 지내는 척했다가 프사 삭제하고. 연애 중에도 본인 힘든 거 프사에 잘도 티 내던 애였어서 그런지 그런 변동들이 유의미하게 보이더라고요. 방금도 바뀐 거 보고 왔습니다. ^^


강희쌤이 공백기 중 선연락 오면 게임 끝난다고 말씀하셨는데 솔직히 남친 성격 상 선연락은 안 올 것 같구요. 재회도 될지 안 될지 확실히 모르는 거지만 앞으로 남은 지침들이 벌써부터 재밌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 착한 남자, 나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냈으면 좋겠는데 또 한편으론 나 그렇게 힘들었으니 어디 니 남은 날들도 흉흉해보자 싶기도 하네요.


여러분 너무 힘드시죠? 사실 저도 내일모레 울게될지 웃게될지 지루해질지 잘 몰라요. 근데 인생사 지인지조라고 지금부터라도 입꼬리에 드릉드릉 시동 걸어놓고 있어야지 나중 결과가 어떻더라도 웃고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이유로, 또 이틀 간 출근 안해도 된다는 이유로 오늘 하루를 기분 좋게 지내보려고 해요. 여러분도 꼭! 그 어느 때만큼이나 평범한 일상이겠지만 아주 작고 약소하더라도 좋으니 즐거워질 수 있을 만한 사유를 붙여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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