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손수현 상담사님 / 고프저신 / 장기간 연애 / 상담 후 후기
엘더플라워
2023. 01. 06
안녕하세요.
저는 이 후기를 보고 계실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한동안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던 내담자입니다. 상담을 받은 지 반년이 넘어서 후기를 적네요. 마음이 정리되고 나면 후기를 적으리라 다짐했는데, 이제 드디어 마음 정리가 끝난 것 같습니다.
3년이 넘는 장기간 연애가 끝나고 저는 많이 지쳐있었습니다. 여러 번 아트라상에 상담 신청을 하려고 했다가 사연을 적을 힘이 없어 글을 지울 정도로요. 그때 저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모든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상태였습니다. 저를 둘러싼 상황도 지난 몇십 년의 세월 중 가장 최악이었고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오래전 수현 상담사님의 내담자였던 기억 덕분에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지 않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정말 어떤 것을 해도 어떤 것을 먹어도 어디를 가도 즐겁지가 않았고, 집에 들어가서도 집을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돈을 주고 사람을 썼습니다. 밤엔 떠오르는 생각 때문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어 울다 지치면 간신히 잠들고… 무언가를 할 힘도 나지 않고 책임과 의무감만으로 움직였어요. 그 와중에 사람들에게 책잡히고 싶지 않은 강박 때문에 밖에서는 항상 웃고 다니고, 집에서는 멍하게 있다가 하루 종일 울고. 살아갈 에너지가 쌓일 만 하면,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데 모든 에너지를 다 쓰다 보니… 이렇게 살기는 너무 힘들다 싶어 무작정 회사부터 때려쳤습니다.
그러곤 상담 결심이 서서 마침내 아트라상을 찾았습니다. 마음은 끝없이 지옥같이 썩고 있는데, 이걸 진정시키려면 역시 상담만 한 게 없겠다 싶었거든요.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건대 그때 힘들었던 제 마음을 그나마 진정시켜 줬던 게 상담이었으니까요. 내 연애가 왜 힘들었는지 저 사람은 왜 이런 패턴을 보였는지… 이해하고 나면 마음이 많이 진정되었거든요.
그렇게 그나마 마음을 진정시키고, 지침을 쓰고, 칼럼을 읽고, 상담사님과 했던 대화를 복기하고 그 외의 시간은 혼자서 산책하거나 우는 걸로 하루를 보내거나, 거기에 지쳐갈 때면 또 의무처럼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거나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바닥으로 떨어졌던(그리고 실시간으로도 계속 떨어지고 있던) 내프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평소에 조금이라도 하고 싶었던 건 가격 따지지 않고 전부 다 해보고, 잠을 자고 싶지 않으면 밤새워 놀기도 하고, 그러다 호되게 앓기도 하고ㅎㅎ 그냥 편하게 있고 싶어서 무작정 호텔을 예약하는 사치도 부려보고… 다행스럽게도 그간 모아둔 돈이 있어 한동안은 원하는 대부분을 할 수 있더라고요. 그렇게 몇 달을 간신히 버티고, 너무 마음이 힘들 때는 에프터 메일로 버텨가며 지하실 저 밑에 있던 내프를 간신히 지상으로 끌어올리고 나니 어느새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그동안 상담 신청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니 추천하지 않는다는 상담사님의 말을 곱씹으며 마음 정리를 하다 보니, 내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상담 신청을 해서 뭐 하랴 싶었습니다. 그래서 또 시간을 무작정 흘려보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적 외적 프레임 외에 내가 이 사람을 못 잊는 이유가 대체 뭘까? 이성적으로는 그 이후 찾아왔던 여러 인연이 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 내가 왜 이 사람을 이렇게 못 놓고 있을까…
아마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한테는 그게 추억인 것 같았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한테 가장 값지게 기억되고 있는 건 아주 사소한 것들이더라고요.
함께 걸었던 산책로, 아픈 발을 주물러주며 웃던 모습, 다치지 않게 손으로 감싸줬던 기억, 같이 봤던 영화, 함께 생각했던 미래, 서로에게 만들어줬던 음식 같은 것들이요.
저는 제가 계산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끝없이 생각했는데 막상 가장 소중했던 건 그런 게 아니었더라고요. 대체자를 찾는 노력을 하면서 외적 프레임부터 우선 파악하고 지나쳤던 저한테는 이 깨달음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ㅎㅎ 저한테 정말 중요했던 건 내적 프레임이나 신뢰감이었는데 외적 프레임은 굳이 머리로 따지지 않아도 이성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이면 충분할 텐데 거기 만족하지 않고 계속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이론을 반만 이해하고 외적 프레임에만 집착해 스스로를 괴롭혔던 딜레마의 굴레를 벗어나, 마음이 평온해진 지금의 제가 만족스럽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새로운 길로 한 발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되기까지 제가 많이 힘들지 않도록 도와주신 아트라상과 수현 상담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벽 감성에 좀 두서없이 적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의 마음이 많이 아프지 않길, 혹은 조금만 아프고 괜찮아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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