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이강희 상담사님, 상담일로부터 3주 지나 1차 지침 발송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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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9. 08
안녕하세요 상담사님. 제가 상담 했을 때 특이사항이 하나 있었는데, 이렇게 말씀드리면 제가 누군지 기억하실까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헤어진 뒤, 상담 날을 포함한 한 달 간 분노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갑작스러움. 어마어마한 모순. 이중성. 이기심. 배은망덕함. 지하뚫고 내핵까지 내려간 신뢰. 상대의 너무나 충격적인 말... 상대가 보고싶고 애절하고 빨리 재회하고 싶고? 아뇨. 그런거 전혀 없었고 상대에게 복수하고 갈구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지금까지 했던 모든 연애 중 가장 이상적이었고 너무 행복하기만 했던 연애였는데, 이미 일주일 지난 시점부턴 상대에 대한 좋은 기억이 증발해버렸어요. 이렇게까지 죄책감이 1도 느껴지지 않는 연애가 처음이었고, 이 사건으로 인해 기존의 제 연애관, 연애 성향이 완전히 비틀어질 것만 같은 유혹에 시달렸어요 (회피형 비슷하게). 약 한 달 간 1~2일에 한번씩 울었고, 욕 나오는 빡센 노래만 들었어요. 그렇게 해도 분노가 해소되지 않던 기간이 있었지만.
N번의 연애 중 이렇게 갑작스럽고 어이없게 일방적으로 차인 경험은 처음이었거든요. 마음속으로 이 말만 되뇌였어요 - "남의 심장에 비수를 꽂고 피눈물 나게 했으면 니가 맘 편하게 살아갈 생각은 절대 하면 안되지. 너도 똑같이 당해야지. 너 조질거야. 안목없는 xx 같으니"...
문제는 제가 입시/중요한 시험(고시, 변리사 등)/취준/대학원 부류의 상황에 처해있잖아요(제 문서 상담 글에 나옵니다 무엇인지). 그래서 확실히 지침을 빨리 보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보다 더 걸렸던건, 미래를 고려했을 때 진짜 재회를 하는게 맞을지 확신이 안서서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근데 그건 지금의 제가 알기 힘들잖아요? 그러니 재회를 하든 말든 일단 이 분노와 상처에 대한 복수로 지침만큼은 꼭 수행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9월 말쯤 수행할 예정이었어요. 그런 생각으로 지내되, 몹시 바쁨 + 지침 현실성 으로 인해 시간을 계속 지연시키다 한 달이 넘어갔어요.
한 달이 넘어가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계속 할일에 몰두하다보니 분노를 비롯한 지난 연애에 대한 기억까지.. 느꼈던 것들이 증발되어 갔어요. 중요한 일이 끝나면 황폐함만 느껴졌고, 생애 처음으로 삶의 이유에 대한 회의까지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개인적으로 엄청 좋은 일이 하나 생겨서(연애 관련 아님) 황폐함이 싹 잊혀진 채 원래 성격대로 희망과 긍정으로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점 즈음 상대 SNS에 저와 연애 초 찍었던 사진(인물 사진 아님)이 삭제되고 무려 1년 만에 새 사진이 올라갔어요(매우 평범, 무의미한 일상 사진). 한 달이나 지난 시점인데 이런 반응이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이 들었어요. 해석은 다양하게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완벽하게 깔끔하게 모든 기억을 잊은건 아니란 증거니까, 최악은 아닌거잖아요.
한 달 반쯤 지난 시점.. 원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 사건 생각부터 났는데, 이젠 긍정적 감정, 부정적 감정, 무감정, 좋은 기억 나쁜 기억... 진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헤어진 이래 생긴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인생 걸고 영혼 갈아 넣을 급)이 생겨서 그런 건데, 문득 상대도 지금쯤 저와 같은 상태일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이별 이래 처음으로 두려움이란 감정이 생긴 겁니다.
꾸준히 아트라상 칼럼을 다독하고 메모해왔지만, 이번엔 헤어진 시점으로부터의 시간 경과에 대한 언급/내용이 있는 글들만 찾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초고프거나 객관적 가치가 높았던 사람이 아닌 이상, 이 정도 시간이 흘렀으면 늦은 걸로 간주되는 내용들이 다수 보이더군요. 처음으로 불안이란 감정까지 들었습니다. 너무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데 이제 이게 방해가 될 정도가 됐습니다. 제 내적 프레임을 위해 지침 수행을 앞당겨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이제야 지침을 수행했습니다 상담사님.
분노에 찼던 한 달의 기간 중에 지침을 수행하려했다면 하나도 어렵지 않게 수행했을 것 같은데, 이젠 제가 느꼈던 감정과 기억 자체가 너무 많이 소멸되어 그저 <너무나 오랜만에-껄끄러운 사람에게-희한한 말을 하는 상황>정도가 돼버렸습니다. 지침 수행하려는데 손과 몸이 파들파들 경련을 일으키다 못해 추워질 정도였습니다. 보내기 전 하루 내내 계속 마인드 컨트롤 했고요. 긴장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찾아보려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이 정도 였을까요? 예약 전송 기능이 없나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분노와 상처에 대한 기억을 상기해보려고 미리 준비해둔 자료와 글들을 읽었는데도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개인적으로 생겼다는 좋은 일의 영향 때문입니다). 결국 그때 느꼈던 분노와 상처는 상기되지 않았지만, 지침문자 반응 총정리에 대한 글을 읽은 뒤 제가 맘속으로 되뇌였다는 큰 따옴표 속 구절을 혼잣말로 중얼거린 뒤, 맘 속 타임 커트라인에 임박해 겨우 보냈습니다.
다른 분 후기에서 저와 비슷하게 보내기 전까지 저렇게 후들거렸지만, 눈 딱감고 보내고 나면 오히려 평온해진다는 내용을 봤었는데, 말 그대로였습니다. 이제 근시일 내에 불안과 두려움을 마주할 필요가 없고, 원래 하던 일에 그대로 몰두하면 되니까요. 그러면서 공백기 즐겁게 보내면 되니까요.
그 평온함에 더해 제 내적 프레임과 정서에 마지막 쐐기를 박기 위해 후기를 남겼습니다. 개인적으로 앞두고 있다는 일 잘 처리하고 애프터 메일에서 뵙겠습니다 상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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