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한서진 상담사님 / 잠수탄 지 6개월 만에 연락와서 재회한 후기
코지
2022. 08. 08
안녕하세요. 저는 20대 후반 여자 내담자입니다. 헤어진 건 2월 말이었고, 상담은 4월 초에 받았었습니다.
키워드로 표현하자면 "저프레임 / 1년 반 연애 / 잠수 이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했던 상대방이 잠수를 탔을 때의 심정은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정말 절망적이었어요ㅜㅜ 싸운 것도 아니었고, 명절이 끝나고 바쁘다는 이유로 조금씩 연락이 줄어들더니 어느날 갑자기 연락해도 답장이 안 오고, 전화도 안 받는 모습을 보고 멘탈이 나갔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엔 걱정되는 마음이었어요. 얼마나 바쁘고 힘들길래 연락을 못 할까.. 서운한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잠수 이별은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서 서운한 마음을 표현했다가도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 이해하는 척 문자를 보내두기도 하고 제가 보기에도 정말 저자세를 많이 보였던 것 같아요. 당연히 더 이상 답장도, 연락도 없었고 그렇게 이별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나 싶어서 포기하려고 할 때 쯤 아트라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상담 신청을 하고 한서진 상담사님께 배정을 받고 얘기를 나누는데, 상담사님의 첫마디가 이거였어요. '이렇게 화가 나는 케이스는 처음이었습니다. 남자가 너무 예의가 없네요'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말을 듣고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구요ㅜㅜ 제 눈물샘을 터지게 만든 말은 '이런 일을 겪은 건 코지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말이었어요. 제 마음 한 켠에 내가 얼마나 못났으면, 얼마나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이었으면 이렇게 잠수를 타지?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걸 들킨 기분이었어요.
심지어 부모님한테도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 없어서 그냥 안 맞아서 헤어졌다며 둘러대기 바빴는데, 얼굴도 모르는 상담사님께 이런 위로를 받을 줄이야.. 그 땐 정말 당황해서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듣기만 했었는데 이번 후기를 빌어서 정말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상담을 하며 상대방이 왜 잠수를 탔는지 그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정말 소름인 건 다시 만나서 남자가 그 얘기를 똑같이 했다는 것입니다. 나를 이렇게까지 이해해줄 수 있을까 싶은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이별통보를 하는 것이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원인은 저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것이었지만, 상담사님께 전해들은 잠수 이별의 이유를 남자친구 입장에서 똑같이 듣고 나니까 또 한 번 치유 받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잠수는 안 됩니다ㅜㅜ
상담을 받고 이미 충분한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바로 지침을 보냈어요. 상담사님께서 어차피 지금이 최악인데 나빠질 게 없다고 말씀해주셔서 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습니다. 지침은 제 기준에서는 정말 평생 누군가에게 해본 적 없는 강한 말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짜증나거나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제가 이 지침을 받았다면 정말 나에게 정이 완벽하게 떨어졌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정도였어요.
단순히 잠수 탄 게 속상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남자의 인생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정말 충격을 받긴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담사님한테 '상대방에게 너무 상처를 주는 내용이 아닐까요?'라고 물어봤는데, "잠수 이별 당한 사람이 지금 누굴 걱정하시는 거에요?"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조용히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튼 상담사님께 이런 설명을 듣고, 사실 재회를 추천하고 싶지 않고 재회 요청을 받으면 뻥 차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하셨는데, 상담사님께서 알려주신 지침은 모두 지켰지만 이 말만은 따르지 못한 셈이 되었네요ㅎㅎ
지침 문자를 보내고 나서, 남자가 먼저 연락이 와야 의미가 있는 케이스라고 하셔서 애프터메일도 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무한 공백기를 두기로 했습니다. 지침 문자를 써서 보내는 건 못하지만, 가만히 있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이거라도 잘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정말 감사하게도 그동안 소개팅도 많이 들어오고, 모임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면서 마음도 안정되고 편해져서 더더욱 먼저 연락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렇게 지침을 보내고 나서 4달, 남자친구가 마지막으로 잠수탄 날로부터는 거의 반 년이 지나서 선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잠수 타는 것도 갑작스러웠는데 매달리는 것도 이렇게 갑작스러울 줄이야ㅜㅜ 제가 상담사님한테 남자는 이성적이고 단호하다고 주장했는데, 상담사님은 아니라고 잠수타는 남자가 뭐가 이성적이냐고 그냥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라고 하셨던 게 정확했네요 괜히 제가 남자친구 편을 들었던 것 같아 답답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ㅋㅋ 재회는 정말 뭐라 설명할 게 없이 순식간이었어요
갑자기 저희 집앞에 왔다면서 전화를 하길래, 기분도 나쁘고 무섭기도 해서 못 나간다고 하고 끊었더니 계속 연락이 오더라구요. 지난 날의 고해성사?를 하듯이 자기가 왜 잠수를 탔는지, 왜 지금까지 연락을 못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반 년을 보냈는지..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바쁘고 힘든 상황이 끝나고 나면 연락하려고 했는데 지침을 받고 보니 이미 저는 떠나고 없었고, 그 때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며 엄청난 반응을 보여줬습니다. 지침 문자 받고 나서는 연락도 없더니 ㅋㅋ 역시 겉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안 받아주려고 계속 거절했는데 남자친구가 갑자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고, 너에게 용서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면 연락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갖고 있었는데, 내 상황이 좋아지면 연락하겠다는 이 마인드 자체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냈다. 다시 만나고 싶어서가 아니라, 딱 한 번은 진심을 전달하고 싶었다" (엄청 구구절절했지만 대충) 이런 식으로 얘기하길래 마음이 흔들렸어요. 이 정도면 반성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요 ㅎㅎ...
상담사님께서는 한숨을 쉬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예전과 달리 지금은 좀 떨어진 상태에서 우리 관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됐어요.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기회를 줘 보려고 재회를 한 것이고 상담 받을 때의 저와 많이 달라졌다고 애프터메일에서 상담사님도 저의 변화를 인정해주셨으니 말씀하신대로 앞으로는 좀 더 강단 있는 모습으로 연애를 잘 이끌어나가보겠습니다!
사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저의 사랑과 재회를 위해 같이 화내주시고, 안타까워하시고, 도움을 준다는 사실 자체가 적응이 안 되었었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감사한 마음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지더라구요. 친구들만 하더라도 몇 번 하소연을 들어주고 나면 듣기 싫어하는 티가 나기 마련인데,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나도 든든합니당ㅎㅎ
정말 많은 내담자분들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서진쌤은 정말 목소리가 좋고 안정감을 주는 말투를 갖고 계시답니다ㅎㅎ 말도 안 되는 질문은 단호하게 커트해주시면서도 상담이 끝나는 순간까지 걱정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정말 친정 오빠 같은 느낌이에요ㅎㅎ 게다가 저프레임으로 잠수 이별을 당한 저의 상황도 이렇게 역전시킬 수 있으니 실력까지 겸비하신 분이네요.. 제가 결혼에 골인해서 연애 문제에서 해방되는 그날까지 아트라상에 꼭 계셔주세요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서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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