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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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후 5일만에 재회한 후기 (고프저신/ 확률 85%/ 하서영 상담사님)

햄토리2021 / 06 / 15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주에 하서영 상담사님 통해서 음성상담 진행했던 내담자입니다.

저의 생각 정리차원에서, 그리고 이별의 아픔을 겪고 계실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마지막으로 왜 상담이 도움이 되는지 남기고 싶어서 글 올려요.

간단히 프로필을 설명드리자면 저희는 7개월정도 만났고, 5살차 연상연하였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평소 주변에서도 멘탈이 세다는 말을 자주듣고 천성적으로 내프가 높은 편이에요.

어렸을때는 저도 남자친구랑 별거 아닌걸로도 자주 싸우고 불같이 화도 내보고 했는데, 그 방식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는 갈등 상황이 생겼을때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왠만하면 차분하게 대화로 그자리에서 풀고 넘어가는 등 후천적인 노력이 더해져서 이제는 나름 연애를 건강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은 저보다 5살이 어린데다가 취준 상태에, 자존심은 세고 자존감은 낮은데다 부정적인 시나리오에 특화됨+확대해석+상처에 대한 방어기재로 자존심을 세우거나 관계를 단절해버리는 사람이라.... 하서영 상담사님이 저에게 사람보는 안목을 좀 높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여기서 외적 내적 프레임도 높은 제가 왜 이런사람을 만나냐고 궁금하실 분들도 있을텐데 그건 바로 저의 치명적인 단점, 소위 얼빠라고 하는.. 외모를 좀 많이 따진다는 거였어요. 이 친구가 저의 외적 이상형에 완전히 부합했거든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연애에 있어서 밀당을 하지않아도 고프였던 것 같은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자존심을 전혀 부리지 않고 매달림도 크게 거부감이 없는 성향이라서 객관적가치가 많이 뛰어난 사람을 만나면 저프가 될수 있다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마음속에 새기고 있습니다ㅎㅎㅎ)

다시 헤어진 얘기로 돌아와서, 상대방이 워낙 내프가 낮은데다 취준이라는 상황적 신뢰감마저 떨어뜨리는 요소가 있다보니 연애기간내내 자존심발동이 진짜 심했구요. 상대가 통제권을 갖고싶은 욕구때문에 뻑하면 딴지를 걸고 헤어지자고 하고, 저는 그때마다 설득하고 잡는 과정이 반복됐습니다.

마음의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제가 이해하고 포용해야지 해왔는데, 이것도 너무 반복되니까 저도 더이상은 자존감 떨어뜨리면서까지 잡고 싶지 않아지더라구요. 그래서 또 한번의 트집과 이어진 헤어짐 요구에 다른때와 달리 수긍을 했고, 이별을 통보하면서 보고싶다고 하는 이중모션을 보이는 상대방을 뒤로하고 통화를 마무리하고 커플 프사/ 인스타 팔로우를 바로 정리했습니다.

아마 상대방은 당연히 끝까지 잡아줄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먼저 전화를 끊고, 이것저것 내리니까 바로 카운처펀치를 맞았는지 아침까지 프사 정리를 못하더라구요. (저도 그랬지만 항상 매달리기만 하던 분들 꼭 참고하세요...!)

그리고 다음날 본의아니게 제가 강력지침을 전송한 것과 다를바 없는 상황이 의도치 않게 발생하게 되어 상대방의 멘탈을 탈탈 털게되는데, 아마 저의 프레임은 높아졌겠지만 저한테 죄책감을 가지고 본인을 탓하고 있었을 상대방에게(저는 이별 후 상대가 이 감정을 느껴야 건강한 재회를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저를 탓할 꺼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 조금 찜찜하긴 했어요.

사실 이 상황이 발생하고 연락을 해서 저의 신뢰도를 보호하고 싶은 유혹이 엄~청 들었지만, 무슨 의미가 있겠냐싶어 참고 있던 시점에 상담을 받게 됐었고, 다행히 서영쌤과의 통화로 즉각적인 반응은 넣어두기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지금 시점에서 제가 해야하는일은 상대방이 저때문에 괴로워하고 생각하는데 시간을 쓰고, 필요할 경우에는 안좋은 상상도 일부 하게 해서 불안하게 만드는 거라고 이론을 이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심리에 대해 듣고나니 저의 내프가 더 안정된 덕분도 컸구요.

지침을 받고 전송 디데이였던 날까지 그냥 제 할거하면서 지낼 생각으로 친구들 만나고, 유투브로 이별노래도 듣고 했어요. 상대방이 생각나서 슬플때는 울기도하구요. 여러분, 참지말고 슬플때는 한번 끝까지 슬퍼보고 울기도하세요! 오히려 훨씬 후련해집니다 진짜.

그러던 중 헤어진지 4일째 밤 늦게 술마시고 전화가 왔더라구요. 많은 분들이 그러신 것 같은데 이 남자도 <절대 먼저 연락안할 사람> 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놀랐어요. 시점도 예상보다 너무 일렀구요. 처음엔 놀랐는데 한마디라도 실수하면 다 잘못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술취한 목소리로 우리 정말 끝이냐고 묻는 그에게 니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지않냐고 되물었어요. 그랬더니 자기는 정말 헤어지자고 말한 직후부터 너무 후회했다고 울면서 말하더라구요. 알맹이는 없었어요.. 안쓰러웠지만 직접적으로 재회를 요청하는게 아니면 받아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또 술도 마신 상태였구요) 내일 술깨면 연락하라고 하고 끊었어요. 그 후로 전화가 3번이 더왔지만 안받았더니 한시간 남짓이 지나고 또 문자가 오더라구요. 넌 왜 모든게 쉽냐 잘지내라는 내용이었어요. 고민하다가 여기서 지침문자를 답장으로 보냈어요. 이런 상황에서 무반응으로 있다가 몇일 후에 지침문자를 보내는게 더 흐름상 어색할 것 같았거든요.. (참고로 저의 지침문자는 프레임 지키면서 신뢰도를 회복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보고싶다 늦게 알아서 미안하다 진짜 고마웠다는 반응이 왔습니다. 이 문자를 받고 2차 고민에 들어갔어요. 서영쌤이 알려주신 지침대로면 이 문자를 받고 공백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다시만나자는 말은 없었으니까요.

고민 끝에 저는 그를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보다 지금 얘기해보고 발전이 없으면 말자라는 생각으로 찾아가서 바로 얘기를 하게됐어요. 대신 가서 얘기를 하더라도 먼저 잡을 생각은 절대 없었어요.

저를 보자마자 엄청 울면서 10분동안 혼자 얘기를 쏟아내더라구요.

헤어지자고 말하고 제가 받아들이고 끊은 그 순간부터 후회가 됐대요. 뭔가 잘못됐다하구요. 아까 언급한 강력지침을 전송한 것과 다를바 없는 상황때문에 저를 원망하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 본인이 너무 잘못했고 상황이어쩌고는 다 헛소리고 제가 제일 소중하다는 것과 헤어지자는 말의 무게를 깨달았다고 다시는 안그러고 잘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일주일도 안되는 사이에 3키로정도 빠진데다 계속 울면서 말하는 모습에 마음은 아팠지만, 후기와 상담에서 배운내용을 확실히 얘기했어요. "난 니가 예민해져서 투정부리는건 얼마든지 받아줄수 있어. 그런데 헤어지자는 말은 다시는 절대 못참고, 한번더 얘기하면 정말 끝이야. 내가 그렇게 할수 있다는건 너도 이번에 알았을거야." 라구요.

정말 너무 깊이 느끼고 반성했고, 제가 그동안 얼마나 노력하고 받아준건지 깨달아서 고맙고 괴로웠다고 하더라구요. 이별한 후 제가 이사람이 느끼길 바랬던 감정들을 그대로 다 느끼고 그걸 또 전부 들으니까 조금 뿌듯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재회한지 이제 몇일 안됐지만 그의 말에서 얼마나 깊이 본인이 깨달았는지 느껴집니다.

한번씩 조금 의도적으로 고자세로 말해봤는데 반응이 다르더라구요. 자존심이 센 사람인데도 제가 본인의 자존심을 살짝 누르는 말을해도 자존심이 발동되는게 아니라 저자세로, 맞아 내가 잘할게. 이런식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또 생각을 해요. 지금 이 모습에 너무 만족하고 안심하다가는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른다구요. 그래서 너무 들뜨거나 하지않고, 당분간은 익숙하지 않더라도 행동면에서 약간의 고프레임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1 보고싶다고 내일 만나자라고 하는 상대방에게 "나도 보고싶어. 그런데 나 이번주부터는 무조건 다시 운동가려고 했거든. 내일은 운동 가야할 것 같고, 모레 만나자." 라고 하는거죠. 신뢰도는 지키면서 프레임은 살짝 높이고 제가 마음을 먹으면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에요.

2 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인 회사에 출근할때, 데려다주겠다고 하는 상대방에게 원래의 저같으면 뭘 데려다 주냐. 그냥 혼자갈게 쉬어. 했었거든요. 이번에는 데려다주겠다고 먼저 말하는데 굳이 마다하지 않았어요. 대신 너무 고맙고 같이가서 좋았다. 한번씩 데려다 주면 너무 행복하겠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이번 이별+재회에서 제가 크게 느낀 점은 이렇습니다.
먼저, 정말 연락 안오고 자존심 세보이고 그래보이는 상대방일지라도 사람은 다 어느정도 똑같다는거에요. 이 친구도 정말 SNS도 안하고 위와 같은 성향이라 안그럴줄 알았는데, 비공개로 전환된 제 인스타그램 염탐하면서 팔로워가 하나 늘었네 누구지. 이랬다더라구요. 여러분... 사람 다 비슷하더라구요.

두번째, 정말 좋아하고 상대의 가치를 알면 상황때문에 헤어진다는 건 거의 90% 헛소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이 친구가 직접 한 얘기입니다. 좋아하면 안 헤어져요. 실수로 헤어졌어도 이런 이유로 정말정말 끝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세번째, 재회의 기본원리대로 사람은 어느정도 고프레임 고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 같아요. 사람 심리가 정말 어쩔수 없나봐요. 잘해주면 가치가 좀 낮아보이고, 약간 튕기기도 하고 알듯말듯 가진듯아닌듯 해야 더 좋아보이고 잘해야겠다 싶은가봅니다. 안타깝지만 팩트..

지침과 어기고 재회했지만, 상담이 큰 도움이 되었던 이유는 일단 통화 한번 하고서 내프 안정에 크나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있구요ㅎㅎ

저와 상대방, 그리고 이 관계에 대해 한번 더 객관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리고 변형해서 행동하긴 했어도 알려주셨던 내용들 정말 참고를 많이했거든요. 큰 방향성에서 어떻게 해야한다는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부터의 제가 진짜 중요하고 그게 앞으로의 행복을 결정짓는 다는 생각에 당분간은 본능보다는 이성적으로 조금은 계산하고 행동하려고 해요. 슬프지만 그게 저희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서는 옳은 방향인 것 같아요. 재회를 기다리고 계시거나, 이미 재회 성공하신 분들 모두 후회없는 삶, 행복한 연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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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a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