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상담 후기
재회유지후기/ 정유현 상담사님/ 프레임에 대한 고찰? (초장문)
리롤리아
2025. 06. 02
안녕하세요! 정유현 상담사님과 상담 후 약 한 달 전쯤에 최소 공백기만 지난 뒤 상대방과 재회를 했고, 이후에 계속 잘 지내고 있어서 재회 이후 유지 후기를 쓰려고 다시 왔습니다. 상담사님께 고맙기도 하고, 유지후기 쓰는 사람들이 잘 없어서 참고가 되었으면 싶기도 해서요. 사이가 좋고 내프가 좋을 때의 제 심리를 박제해 두려는 마음도 물론 있습니다 ㅎㅎ
저는 전형적인 고프저신 이별이었고, 사실 서로가 서로에게 고프저신인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이별통보를 하긴 했지만, 상대방이 하지 않으면 제가 할 생각이었어요. 둘 다 바닥을 기어가는 내프, 강한 자존심과 그로 인해 사과하지 못하는 성격, 거기다 원래 말하는 방식의 차이가 더해져 정말 별 것도 아닌 갈등이 매번 커졌습니다. 정유현 상담사님께서 상담할 당시 재회보다 재회 이후에 더 초점을 맞혀주셨어요. 좀 경력이 있는 내담자기도 했고,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는 게 더 중요했어서요. 일침도 많이 듣고, 제 성향에 대해 분석도 하고 앞으로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재회 이후에 큰 갈등은 없었지만, 작게 문제되는 상황들이 조금씩 있었어요. 상대방이 저를 서운하게 한 적도, 제가 상대방을 서운하게 한 적도 있었죠. 물론 순간적으로 화가 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저는 고프레임이고 항상 상대방의 노력을 실제보다 축소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며, 잘 생각해보면 상대방은 악의가 없을 것이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를 많이 좋아하고 나를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계속 의식적으로 하려고 노력했어요. 원래는 서운한 일이 있을 때 프레임이 떨어질까봐 감정적으로 표출하지는 않고, 속으로 삭히거나 최대한 가볍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불만이 쌓였거든요. 근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니까 아예 서운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어졌고, 그럼에도 조금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난스럽고 다정하게 얘기할 수 있어져서 화를 내지 않고도 그 순간 감정을 풀고 넘어갈 수 있더라고요.
구체적인 상황을 몇 개만 얘기해보자면, 한 번은 상대방이 아주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자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도중에 일어나서 다른 간단한 일정은 처리했다는 걸 알게 돼서 기분이 많이 나빴습니다 ㅠ 그래도 정말 정성스레 답장한 걸 보니, 무시하는 건 아니고 잘 답하려고 하다가 그런 게 아니었을까 싶어 그냥 걱정되게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안 보면 어떡하냐고 가볍게 말했어요. 그러자 상대방이 미안하다고, 잘 대답하려고 그런 거였는데 걱정했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마음은 너무 고맙다, 그래도 걱정하니까 앞으로는 간단하게라도 연락 남겨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건 저와의 기념일 일정을 묻기 전에 다른 일정을 먼저 확정해버린 뒤 일정을 통보했는데, 저와의 기념일을 뒷전으로 여긴다고 느껴서 순간적으로 너무 기분이 나빠 카톡중에 회피해버렸습니다 ㅠ 차분히 생각해보니 기념일에 항상 신경쓰던 상대방이 재회한 지 얼마 안 된 지금 절대 기념일에 소홀할 리가 없고, 그냥 일정이 겹치는 과정에서 먼저 정해진 거였다고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차분하게 “다른 일정을 먼저 정하고 나랑의 일정은 통보한 게 순간적으로 뒷전이라고 느껴져 조금 당황스러웠다. 생각해보니 그런 마음이었을 리가 없는데 감정적으로 굴었던 것 같다. 기념일에도 신경 많이 썼을 텐데 갑자기 사라져서 미안하다.” 고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상대방도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었겠다며 사과했고, 제 회피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 정리하는 거라고 느꼈다고 이해해줬어요.
이렇게 쓰고 보니까 저도 어지간히 내프 낮고 고프구나 싶네요 ㅋㅋㅋㅋ 저는 사실 연애 내내 오만 가지 사고를 다 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내프가 낮고, 제가 타고난 고프 성향이라 그런지 프레임보다는 신뢰감이 많이 깎였고, 심지어 그럼에도 재회가 항상 잘 됐어요. 저도 정말 말도 안 되게 자존감이 낮아서 그렇게 지침 반응이 좋았음에도 상대방이 멘탈이 약해서 그렇다, 아트라상 지침이 좋아 재회한 것 뿐이다 생각하면서 땅굴을 파고 들어갔어요. 재회할 때마다 상대방은 저에게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엄청나게 사랑을 많이 표현했는데 그마저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쁘게 헤어진 지 한참 된 전여자친구와도 스스로 비교하고, 상대방이 저를 왜 좋아하는지 의심하고 불안해했습니다. (말로 꺼낸 적은 없어서 프레임은 크게 안 깎였겠지만요) 내프가 조금 안정된 지금은 제가 상대방에게 대체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해했고, 상대방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도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다 보니까 이해하고, 더 가볍게 말을 꺼낼 수 있어졌어요. 그렇게 말을 꺼내니까 상대방도 반발하지 않고 잘 사과하고, 또 그 모습을 보면 귀엽고 고마워서 서운한 마음도 다 풀어지고 괜찮아지더라고요. 지금은 아직 종종 서운한 일이 생겨서 저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하지만, 더 시간이 지나서 내프가 더 안정되고 고프고신 사고가 익숙해진다면 더 빠르게 이해하고 넘어가서 서운하다고 생각할 틈도 없겠죠? 그렇게 될 때까지 더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상대방이 저에게 서운함을 토로할 때도 종종 있었어요. 예전에는 저를 좋아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저에게 화낸다고 생각해서 너무 기분이 상했고, 잘 사과하지 못하고 그런 상황에서 매번 맞서 싸웠습니다. 근데 지금은 저를 좋아하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제가 그만큼 돌려주지 않는다고 느껴서 속상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별로 화가 안 나더라고요. 제가 분명 좀 센스없게 행동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빠르게 미안하다고 하고, 감정적인 상대방의 기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마음 편하게 기다립니다. 예전에는 사과해놓고도 바로 기분 안 풀면 제가 도리어 화내고 삐지고 그랬는데, 제 남자친구는 감정이 가라앉을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이해했어요. 사실 상담사님 말 듣고 보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는 편도 아니더라고요. 작은 일은 5분 이하, 꽤 큰 일도 보통 하루 안에 해결되는 편이었으니…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조금 저보다 섬세하고 센스있는 편인데, 저는 예전에 저한테 그렇게 예민하게 구는 것 자체에 너무 스트레스를 느꼈는데 이제는 아 내가 또 의도치않게 상대방을 긁었구나 싶어서 사과하고 크게 스트레스 안 받는 것 같아요. 상대방 역시 최대한 감정을 정제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기분 상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저의 바닥난 센스를 고려해서 빨리 사과 받아주고 기분 풀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보여서 고맙더라고요. 좀 귀찮지만 섬세한 남자를 만난 제가 감수하고 살아야죠… 제 남자친구도 센스없는 여자를 만나서 매번 설명해야 하는 걸 감수하고 만나고 있을테니까요 ㅋㅋㅋ
강박적일 정도로 칼럼을 읽고, 제 연애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의 연애, 심지어는 인간관계에서까지 적용하다 보니 이제는 프레임 이론에 대해 정말 한 차원 더 높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요. 당장 내프를 높이기가 어렵다면, 이론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참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내프가 낮을 때에는 상대방의 행동을 마냥 긍정적으로 해석하기가 참 어렵고 뭘 해도 나에게 헌신을 덜 하는 느낌이라 쉽게 기분이 나빴어요. 근데 이론 이해도를 높이고, 기계적으로라도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생각해보려고 하면 상대방의 진심이 보이고, 노력한 부분들이 보이더라고요. 내 기준에서 상대방의 행동을 평가하기보다, 상대방의 기준에서 상대방의 행동을 보려고 노력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꾸준히 해왔더니 제 감정을 넘어서 상대방의 노력과 헌신이 보이고,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과 신뢰가 생기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내프도 회복되고, 오히려 연애가 아닌 제 인생의 다른 중요한 부분들에 더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까지 크게 다툰 적은 없지만, 혹시나 크게 다투는 일이 생기더라도 꼭 상담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이건 상담의 주요내용인 것 같아 비밀로 할게요 ㅎㅎ)
조금 다른 얘기인데 연애 초반부터 종종 상대방이 저에게 “자기를 많이 좋아해줘서 좋다”고 한다던지, 제가 헌신했을 때 자기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며 감동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어요. 행복해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순히 내가 헌신적인 사람이라 좋다는 건가? 싶어 기분이 미묘하고 마치 리바운드가 된 것처럼 기분 나빠했습니다. 근데 차분히 생각해보니 잠깐이라면 몰라도 저프레임인 사람이 본인에게 헌신을 한다고 그게 기분좋고 행복한 리 없죠. 애초에 제가 상대방에게 계속 고프레임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제가 잘해주는 모습들이 감동으로 다가간 거고, 오히려 제가 고프고신으로 느껴질 때 하는 말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대방이 저에게 하는 헌신을 생각해보니 더더욱 확신했고요. 이걸 깨닫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저는 여태껏 제가 남자를 막 대하고 감정적인 학대를 저질러도 그걸 견디고 저를 계속 사랑해주는 걸 진심어린 사랑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고프저신이었구나 싶어서 많이 반성했고, 이런 안정적인 관계를 즐기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사실 상담사님이 이거 보시면 황당해하실 거에요… 제가 끔찍한 초저신뢰감 사건들을 엄청나게 저질렀음에도 상대방이 참고 만난 관계에 가까운데 저는 내가 헌신적이라 나를 좋아하는건가 ㅠ 같은 말도안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ㅋㅋㅋㅋ)
정유현 상담사님! 재회뿐만 아니라, 당시 저와 상대방의 성향을 분석해주시고 저에게 일침을 많이 날려주신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 당시 저랑 상대방의 등급이 비슷한 수준인데, 저는 아트라상을 만나 앞으로 더 등급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제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남자는 아니라고 말씀해주셨던 거 기억하시나요? 자존심만 부리는 상대방을 위해 제가 이렇게까지 노력해야 하냐고 했을 때, 제가 지금 당장 최고의 남자를 만나더라도 고프고신 연애를 바로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연습한다고 생각하는 걸 추천하신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진심도 물론 있으셨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에 제가 너무 자존심을 부리고 있어서 제 방어기제를 뚫기 위해 연습해보라고 말씀하신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저만 노력하고 싶지 않다고 자존심 부렸던 게 무색하게 너무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 포기했다면 절대 이렇게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처음으로 조금이나마 공백기라는 걸 가지고 재회하였고, 상대방이 지능이 높은 편이기에 상대방도 많이 깨닫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물론 아트라상을 아는 저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계속된다면 저도, 상대방도 등급이 같이 높아질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ㅎ 이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은 아니고, 제가 지금처럼의 상태를 유지한다면 언제나 다른 좋은 남자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객관적으로 이 정도의 남자가 드물기에, 그리고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람이기에 지금은 이 남자와의 관계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 같아 뿌듯하고 앞으로 더 노력할게요!
상담사님이 요새 너무 많은 상담을 처리하고 계신 것 같아 참 존경스러우면서도 걱정되기도 하네요. 제 후기가 조금의 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고, 나중에 또 뵐 때까지 몸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게시글 삭제
게시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