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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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걱정하는 모든것을 나는 더 걱정한다
아트라상
2024. 10. 16
그저께 5시 상담의 한 내담자가 물었습니다.
‘아트라상은 확률을 보수적으로 부르신다고 들었어요. 그럼 제 확률은 좀 더 높은거 아닌가요?’
직접 물어보는 게 황당하여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심지어 질문한 내담자 케이스 확률은 90%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구 사이트에 있던 2년 전이라면 그럴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제 확률이 가장 정확해요.”
내담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예전에는 왜 확률을 낮게 잡고 보수적이셨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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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이보다 더 걱정이 많았던 한 내담자가 있었습니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접니다. 후기도 있네요.
손수현 상담사의 내담자 시절 후기 # 27
100여개가 넘는 베스트 후기들을 재작업 하고 있었습니다. 2014년 초에 두번째 사이트로 이사하며 뽑아둔 ...
http://blog.naver.com/wishia/220858396399
후기에서는 패기가 넘치네요. 실제 그 시절 저는 어땠을까요?
밝히기 민망하지만, 저는 ‘부정적인 생각하기 분야의 전문가’로 비유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루 종일 부정적인 경우의 수, 리스크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지금 봐도 정말 창의적인 걱정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재회 확률은 어떻게 변할까?’
‘만약 내가 지침을 이틀 늦게 보냈는데 그때 새 애인이 생기면 어떡하지?’
‘이 단어 말고 다른 것으로 바꾸면 안 되나? 이런 것 하나가 케이스 성공과 실패를 가를 수 있지 않나?’
‘나를 좋아한다면 저런 말과 표정이 나올 수가 있나?’
‘칼럼이 100% 맞는 건 아니지 않나?’
‘지금 마주쳤을 때 내 표정이 살짝 굳어서 프레임이 1점 떨어진 건 아닌가?'
'내 지인을 우연히 마주쳤다는데.. 그게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유발하면 어떡하지?'
(이 고민들은 그나마 정상적인 것들로 추려낸 것들입니다. 상담사의 가치 보호 차원-)
그래서 종종 강박증 심한 내담자들이 와서 온갖 디테일한 질문들을 할 때, 저는 ‘병이니까 얼른 약 먹어라’ 하고 놀리면서도 한편으론 왠지 마음이 편합니다.
제가 내담자 시절에 모두 생각했던 질문들이기 때문입니다. 강조를 위해 ‘모두’라고 쓴 게 아니라, 내담자 시절 제가 고민한 것에서 벗어난 질문은 지금껏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박증 내담자들이 저를 매우 많이 지명하곤 했습니다(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
'네가 지금 기발하다고 놀란 아이디어는 이미 이전 사람들이 수도 없이 생각했던 것들이다'
저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기의 달인입니다. 저는 내담자들의 불안한 감정들을 모두 이해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이상의 리스크를 생각한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렇게 10년이 넘게 상담을 해 왔습니다. 덕분에 저는 수많은 리스크 중 의미 있는 걸 골라내는 데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안심하세요. 이제 막 이별한 당신이 고민한 것은 제가 내담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몇 년간 훨씬 앞서서 수백 번 넘게 고민했던 것들입니다.
상담글에서 제가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재회에 1%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