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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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현님께 상담 후 공백기 입니다.

지안2019 / 10 / 16
안녕하세요~

8월 초에 손수현님께 상담받은 30대 여자 내담자. 저프저신. 확률 몇 %인지는 묻지를 않아 잘 모르겠습니다.(어려운 상황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연애유지 상담을 했고 8월 1차 지침문자 보낸 상황입니다.

저는 저프기질이 있고 상대는 고프기질이 있으며(상담사님께서 상대의 내프가 높지 않다고 말씀하셨는데, 표면상으론 여유있고 침착한 사람입니다^^) 나름 장거리, 제가 상대를 몹시 좋아했습니다.(‘난 네가 정말 좋다.’라는 걸 온몸으로 표현했었습니다.)

정리 하자면 20대부터 만나다 헤어지기를 반복, 헤어진 지 5년만에 다시 재회를 했으나 사귀고 몇 개월 후(7월 초) 다른 여자와 연락하는 정황을 포착하게 됩니다.

본인 말로는 양아치처럼 양다리를 해본 적이 없고, 저와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철썩 같이 믿고 있던터라 충격이 꽤 컸었습니다. 대놓고 물어야 할지 아니면 그냥 계속 모른 척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우선은 아무 말 안하고 만남을 유지 하였습니다.(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며칠 후에 저희 집에 사정이 생기고 남친 집에도 안좋은 일이 생겨 더욱 말하기가 꺼려졌습니다.) 그러나 저도 모르게 의심하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고 제 일은 하지 못한 채 남친 생각만 하면서 생활하게 됩니다. 물론 ‘내 생활을 하자. 직장, 인간관계, 자기계발에 더욱 집중하자’라고 맘을 먹었지만 어느새 상대와 그 여자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저프기질이 충만하고 강박에 내프가 낮은 저는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기 시작하고(징징거림, 저자세, 울기, 저신 등) 그 여자의 SNS를 찾아 비교를 끝없이 하며 상대가 그 여자와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 소설을 쓰고 저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사이 상대에게 더 저자세를 보이고(다른 여자가 있다는 생각 + 상대의 상황적인 문제) 상대가 점점 미안함과 부담스런 마음으로 잘해주려 한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이전까지만 해도 결혼하지 않을꺼란 말을 한 적 없던 사람이 처음으로 혼자 살꺼란 말을 했습니다. 재회 후 제게 시골가서 농사짓고 같이 살 수 있겠냐는 등의 농담을 던지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사람들에게 힘든 상황을 얘기 할 수도 없었고(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다시 만난다고 온갖 자랑에 유난을 떨었었거든요. 그 전 만나던 분들은 저보다 프레임이 낮다고 생각해서인지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았었습니다.) 불면, 우울, 무기력 등을 겪으며 다른 때보다 조퇴를 자주 하고(실제로도 몸이 안좋아져 병원에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밥은 거의 먹는 둥 마는 둥, 집에서 혼술을 하면서 울다 지쳐 잠들고 그러다 깨면 다시 못자는 폐인생활을 했습니다. 또한 회사에서나 사람들과 만나도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고 대화에 끼지 못한 채 조그만 일에도 눈물을 보여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됩니다.

이렇게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일전부터 알고만 있던 아트라상에 상담신청을 하게되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보내주신 메일과 블로그의 글을 읽고 과거의 내 모든 상황에 대입해보며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상대와의 연락에 조금 덜 집착하게 되고 오히려 상대가 더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사람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지금 칼럼을 보면 다시 새롭습니다. 이래서 계속 반복하라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ㅎ)

손수현님께 상담을 받는 날, 고장난 것 마냥 오락가락 같은 말만 계속 묻고.;; 녹음 파일을 들으니 정말 창피하더군요;; 나름 준비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정말로 궁금한거 미리 많이 정리해 놓으세요. 연애상황 말고도 여러가지를요.)

상담사님은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상대의 내프와 가치가 높지도 않은데 제가 상대를 너무 고프로 생각한다 말하셨고 서로의 수준이 비슷한데 유난히 제가 프신관리를 못한다고 하셨습니다.(이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 그러기에 상대가 대체자를 찾는 행동을 했을꺼라 했구요.(물론 상대방을 옹호한다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우선 헤어진 게 아니라 유지 상태이기에 제가 마음을 먹은 후 지침문자를 사용하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처음 문자를 봤을 때 좀 유치하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계속 읽어보니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어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언제 실행에 옮기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상대의 상황적 문제도 문제였지만 상대가 크게 변한 것 없이 잘해줬었기에 그 타이밍을 찾기 좀 어려웠습니다. 연락문제가 있긴 했지만 상담사님의 조언대로 페이스 조절을 좀 하자 연락의 빈도가 약 1:1 까지 맞춰졌고, 상대의 목소리에 제가 일희일비하여 감정이 오락가락 할 때가 있긴 했지만 블로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멘탈이 조금씩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연 이 지침을 써야할지 또다시 고민하였습니다. 이렇게 내가 프신관리를 잘 해나가다 보면 그 여자와 연락을 끊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구요. 하지만 문제는 아주 사소한 곳에서 터집니다. 나름 내프가 안정돼가던 때 별 일 아닌 걸로 감정이 요동치게 됩니다.(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별 일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정말 내프, 멘탈이 중요합니다.) 내프가 안정되어 간다고 느꼈지만 사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상황을 안좋게 보는 습관 때문에 크게 동요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결심을 하고 지침실행 후 명료하게 잘지내라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와 상대는 가만히 있습니다.

문득문득 ‘혹시 여자와 별 사이가 아니었나? 내가 너무 오바해서 생각한 걸까? 한 눈을 판게 맞다면 내가 감정적으로 판단하여 지침수행한게 아닐까? 프신관리를 더 하고 난 후에 할 걸 그랬나? 지침을 무조건 써야한다는 강박에 쓴 게 아닐까?(1차 지침 후 1차 애프터 답메일에 타이밍이 적절했다고 말해주시긴 했습니다.) 내가 혹시 대체자가 아닌 리바운드가 아니었을까?’ 등 별의 별 생각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예전부터 별거 아닌 걸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감정적으로 헤어지자 말했던 적이 많았으며 5년 전 상대가 힘들 때 헤어지자 했던 기억이 떠올라 은근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만나다가 이별을 당한 그에게 정말 미안하고, 아침에 눈뜨면 마지막 만남에서 나눴던 대화 그의 표정, 그리고 잠수 타기 전에 제게 했던 문자들이 퍼뜩 떠오릅니다. 여전히 목소리, 말투가 그립고 보고싶구요. 아침에 눈 뜨는게 괴롭다는 말.. 이제야 알겠더라구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 상대를 놓아지게 되어 먼저 연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상대를 생각하는 시간, 우는 시간, 우울한 시간이 점점 줄었으며 불면증도 나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복수하고 싶은 생각조차 사라지면서 상대와의 일들이 미화되기 시작했구요.(불쑥 떠오르면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지만요.)

지금은 틈틈이 SNS와 프사를 바꾸는 정도로만 관리 중이며, 상대는 SNS를 전혀 하지 않고(그 흔한 카톡조차도요.) 친한 지인들도 활발히 SNS를 하지 않는 편에 다른 사람의 일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들이라 제 소식이 전해질지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상대의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차라리 알지 못하는게 잘된 것 같기도 합니다.)
대체자를 찾는 노력은 오히려 제게 독이 되는 듯하여 자제하고 있습니다. 자꾸 상대와 비교하게되고 상대가 그리워지는 부작용이 생기더라구요.

조금씩 혼자일 때의 제 생활로 돌아오며 상대 뿐 아니라 그 전에 만나던 사람들과의 연애에서 내가 잘했던 점, 부족했던 점을 이따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트라상의 글과 후기를 계속 읽고 체화하기위해 노력하고 있구요. 가끔 저와는 전혀 다른 프레임을 가지신(예를 들면 핑크땡땡) 분들의 글을 읽으며 내프를 다지기도 하구요.^^

여전히 재회의사는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내프, 멘탈을 잘 잡아야겠죠~

덧붙이자면 연애 감각이 좋으신 분들은 몰라도 보통의 연애를 하고 계신 분들은 상담을 한 번 쯤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연애 성향을 파악하고 강화시킬 점, 보완해야 될 점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거든요. 주변사람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으나 받아들여지는게 좀 달랐구요. 물론 상담내용을 수용하는 것과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자 노력하는 것은 본인의 몫이겠지요.

아무튼 저를 포함 여기 모든 분들이 이별과 갈등을 통해 많이 배우고 새로워지시길 바랍니다.

아!! 상담사님. 사실 많은 질문도 못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제게 자신감을 주신부분 정말 감사합니다.

혹여 또 상담을 하게 되면 저에 대한 상담을 하고 싶네요. 11월쯤 2차 애프터 메일을 보낼 것 같은데.. 그때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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